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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협, 자산규모 세계 4위…"돈보다 사람이 먼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23~26일(현지 시간)까지 4일간 개최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개막식 사회를 맡은 마이클 리오나드 캐나다 대서양 신협 연합회 대표. 사진 신협중앙회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23~26일(현지 시간)까지 4일간 개최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개막식 사회를 맡은 마이클 리오나드 캐나다 대서양 신협 연합회 대표. 사진 신협중앙회

“우리가 은행과 다른 점은 사람을 돈보다 먼저 생각한다는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23 세계신용협동조합 컨퍼런스’에서 나온 말이다. 엘리사 맥카터 라보르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특정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신협만이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신협은 이렇게 기존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곳을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전세계 4억명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조합원의 50%가 개발도상국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1971년 출범해 미국 매디슨 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신협협의회와 캐나다 신협이 공동으로 주관해 밴쿠버에서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열렸다. 118개 회원국 중 60개국 3000여 명이 참석해 각국 신협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해법을 공유했다. 한국신협도 세계신협협의회 이사국 겸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신협의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 약 150조억원으로, 미국ㆍ캐나다ㆍ호주에 이은 세계 4위다. 홍콩ㆍ필리핀 등 23개국 아시아신협 전체 자산 규모(605조원)의 약 25%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23~26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2023세계신협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엘리사 맥카터 라보르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지난 23~26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2023세계신협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엘리사 맥카터 라보르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한국신협은 이날 행사에서 세션 발표를 맡아 그간의 성장 과정과 함께, 최근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과 금융사간 경쟁 심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최초의 한국신협은 1960년 5월 미국 메리놀 수녀원 출신인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설립했다. 점차 조합을 늘리면서 1989년 신협중앙회를 창립하고, 2019년 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저출생ㆍ고령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은행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지난해 말 예금 잔액 기준 신협ㆍ새마을금고ㆍ농협 등 상호금융이 전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5%에 불과하다. 은행이 67.4%로 압도적이고, 나머지 4.1%가 저축은행이다. 상호금융 내에서도 신협은 농협(48.9%), 새마을금고(29.9%)에 이어 15.5%로 3위다.

24일(현지 시간) 전 세계 신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신협중앙회 이태영 팀장과 최지예 대리가 포용금융으로서 한국신협이 조합 간 동반성장과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 실행한 정책과 이로인한 긍정적인 성과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24일(현지 시간) 전 세계 신협 관계자를 대상으로 신협중앙회 이태영 팀장과 최지예 대리가 포용금융으로서 한국신협이 조합 간 동반성장과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 실행한 정책과 이로인한 긍정적인 성과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신협중앙회

한국신협은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두 가지 동반성장 정책을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첫번째는 조합 간 동반성장으로 현재 870개 신협 조합 중 재정적 안정성 등을 갖춘 172개 ‘멘토’ 조합이 311개 ‘멘티’ 조합을 지원하고 있다. 한 멘토 조합이 최대 3개의 멘티 조합을 맡아 자금 관리, 인적 자원, 공동 프로그램이나 활동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343건의 공동대출(2개 이상의 조합이 부동산 등 하나의 담보물에 대해 자금을 모아 대출)로 8022억원을 운용한 게 대표적이다. 세션 발표를 맡은 최지예 신협중앙회 공보팀 대리는 “동반성장 정책을 통해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신협 비중이 2018년 34.2%에서 2022년 52.1%로 크게 늘었다”며 “소형조합의 재무구조가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중ㆍ대형조합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개최된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김윤식 한국신협중앙회장(왼쪽 세번째) 등 세계신협 대표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에린 멘데즈 미국신협대표, 라팔 마투시아크 폴란드신협대표, 김 회장, 제프 거스리 캐나다신협대표, 맨프레드 다젠브록 브라질신협대표. 사진 신협중앙회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개최된 2023년 세계신협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김윤식 한국신협중앙회장(왼쪽 세번째) 등 세계신협 대표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에린 멘데즈 미국신협대표, 라팔 마투시아크 폴란드신협대표, 김 회장, 제프 거스리 캐나다신협대표, 맨프레드 다젠브록 브라질신협대표. 사진 신협중앙회

두번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사업 진행이다. 이태영 법규제도팀장은 “예를 들면 신협이 지역의 전통문화인 전주 한지산업을 지원하면서 한지 생산 기업들의 매출액이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20배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전북 군산ㆍ경남 거제 등 정부가 지정한 고용위기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1인당 최대 2000만원의 무이자ㆍ무담보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2876건, 298억원의 대출이 집행됐다. 이 팀장은 “한국신협의 사회적 금융 기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경우 신협이 특별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장기간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 발표는 각국의 신협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신협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한국신협의 다양한 성공사례를 공유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신협의 발전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2019년 아시아권 최초로 2년 임기의 세계신협협의회 이사로 선출된 후 올해까지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2025년 7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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