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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이 왜? 文정부 퇴짜놨던 '이재명표 청년연금' 되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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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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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만 18세가 됐을 때 한달 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내주는 소위 '이재명표 청년국민연금'이 다시 불이 붙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몰려 무산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인 박능후 장관의 반대에 부닥쳤다가 5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불씨를 되살린 데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다. 이 연구원 정인영 부연구위원은 지난 4월 중순 국민연금 개혁 논의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의 11차 회의에서 사각지대 해소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이재명 대표가 23일 SNS에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달치 청년보험료 대납 논란
연금개혁회의에 대책으로 언급
이 대표 "논의 시작하자" 가세
전문가들 "정공법 아냐" 반대

한달치 보험료 내면 추납,장애·유족연금 혜택 

'18세 보험료'는 기발하면서도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 지사는 만 18세가 되는 경기도 청년의 한달 치 연금 보험료를 내주려 했다. 청년국민연금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생긴다. 한 달 내고 죽 안 내다가 나중에 미납 보험료를 한 방에 낼 수 있다(추후납부). 보험료를 낸 적이 없으면 추납이 불가능하다. 18세 이상~60세 미만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18~27세 미만은 학업·군복무 시기인 점을 고려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적용제외자). 그런데 한달 치 보험료를 내면 (임의)가입자가 돼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혜택을 본다. 추납은 원래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이직, 사업중단, 건강 악화 등으로 보험료를 못 내게 됐을 때 나중에 내게 해서 노후연금 구멍을 메우자는 취지에서 1998년 4월 도입됐다.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중고령층을 위한 제도이다. 당시 김영록 전남지사도 비슷한 복지를 추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박능후 장관 "사회보장 원칙에 어긋나" 

청년연금은 일 할 때 보험료를 내서 노후에 연금을 받는 사회보장의 취지와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박능후 장관은 2018년 8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회보장제도의 근본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도 "합법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곱지 않다는 걸 인식해서 수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지사의 정책은 각각 도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2021년 2월 '생애 최초 국민연금 가입 청년 연금보험료 지원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45만명가량의 청년에게 한달 치보험료(약 9만원)를 내준다는 내용이다. 연평균 405억원이 든다. 진도가 나가지 않고 묶여 있다.
 득표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2018년과 달리 이번에는 청년 대책 차원에서 튀어나왔다. 정인영 부연구위원은 올 4월 회의에서 "청년들은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급여 수준이 낮아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에 생활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18~27세 청년층의 국민연금 적용제외 비율은 53%로 다른 연령층보다 2.5~3배 높다"며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예를 들어 18세가 되면 모든 청년에게 첫 1개월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여 강제 가입시키는 형태를 생각해 보았다. 그 이후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부분은 추납제도를 통해 가입기간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논의하던 중 나온, 그리 비중이 높지 않은 제안이었다.

복지부 "연구자의 개인 의견 표명한 것"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대표 정책인 청년연금이 논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응했다. 23일 페이스북에 "국가가 청년들에게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한다면 사회적으로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령 혜택이 늘어나 청년층의 ‘연금 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며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즉각 나서 "국민연금연구원 정인영 부연구위원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18, 19세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7년 10만553명에서 2021년 6만6826명으로 줄었다. 다만 임의가입자는 같은 기간 865명에서 2021년 6551명으로 크게 늘었다. 부모가 대신 보험료를 내주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달 치 보험료만 내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연금에 여전히 비판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는 냈다가 노후에 연금을 받는 제도인데, 18세에게 한달 치를 내주고 추납할 수 있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금 납부 상한 연령(만 59세)을 높이고 각종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인정)를 늘리고 청년노동을 활성화하는 게 청년 사각지대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18세 보험료 국가 납부는 의무는 없고 혜택만 보게 하는 것이며 여유 있는 사람만 나중에 추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고를 국민연금에 쓸 게 아니라 어려운 계층의 빈곤 탈출을 돕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국민연금=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는 청년 보험료 9만원을 내주고 10년 후 과거 (미납)보험료를 추납하면 노후에 7800만원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50조원이 연금 재정에서 나간다. 본연의 취지를 뒤엎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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