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분기 연속 힘겨운 성장…최악 시나리오에도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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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경제와 반도체 경기 등 하반기 변수 많아  

세계 3위 가계빚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우리 경제가 두 분기 연속 힘겨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어제 발표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였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이 급감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경제가 올해 1, 2분기 모두 플러스를 지켜낸 건 다행이다. 자동차 산업 호황과 반도체 경기 회복 덕분에 경기 부진 흐름이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성장’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국은행은 당초 예상대로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우선 중국 경제가 부진하다. 봉쇄는 풀었지만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았고 중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 수출이 회복하려면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생기는 건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수요처인 스마트폰 경기가 꺾이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다.

금융시장 불안감도 여전하다. 새마을금고 인출 사태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 미국과의 내외금리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한국 시간으로 내일 새벽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예상한 것처럼 하반기 민간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반도체가 기력을 찾으면 수출 전선도 보다 탄탄해질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번 주를 포함해 한두 차례에 그치면 외환시장도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이건 좋은 시나리오다.

반면에 가계와 기업이 씀씀이와 투자를 줄이고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며, 중국 경제가 회복하는 듯하다 다시 꺼지는 더블 딥에 빠지면 상저하고 기대는 물 건너간다. 미국 금리 인상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 외환시장 역시 불안해진다. 부동산 PF 사업장 여러 곳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금융시장이 흔들릴 것이다. 이런 나쁜 시나리오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가계빚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요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는 등 집값도 심상치 않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재정·통화 정책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또 부동산 PF 부실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거품 조짐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계빚 증가를 막기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예외를 줄이는 게 정공법이다. 예외가 많아지면 원칙이 훼손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