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할머니 자살폭탄 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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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곱 명의 자식에 30여 명의 손자를 거느린 57세의 팔레스타인 할머니가 23일 이스라엘군에 자폭 공격을 가했다고 아랍과 이스라엘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파티마 알나자르라는 이 여성은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에 자폭 공격을 가해 자신은 숨지고 이스라엘 병사 세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수상한 여성이 폭발물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발견하고 저지하기 위해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으나 자폭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나자르는 최초의 '할머니 자폭대원'으로 기록된다. 사건 직후 하마스 계열 무장조직인 이즈딘 알카삼 여단은 자체 웹사이트에 성명을 올려 이 할머니의 자폭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친지에 따르면 알나자르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가족과 친지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팔레스타인 여성의 자폭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마스 등 무장단체는 이스라엘의 철저한 검문검색을 피하려고 비교적 의심을 덜 받는 여성대원을 양성해 왔다. 이달 6일에도 18세의 여성이 가자지구 북부 바이트 하눈에서 이스라엘군에 접근해 허리에 차고 있던 폭탄 띠를 터뜨렸다. 이 여성은 현장에서 숨졌으며,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부상했다. 팔레스타인 측의 자폭 공격은 갈수록 드세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400명을 넘고, 특히 8일 바이트 하눈에서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19명이 사망하자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슈알이 휴전 종료와 보복공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자폭 공격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휴전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23일 이스라엘과 조건부 휴전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지한다면 로켓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무장단체들이 완전히 무기를 내려놓을 때까지"라며 이를 거부했다.

23일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계속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책임자 등 7명이 사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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