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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냉(過冷) 걱정하는 하반기 중국경제 [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중앙일보

입력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학 중국 경제사상 실천연구원 원장. 사진 eeo.com.cn 캡처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학 중국 경제사상 실천연구원 원장. 사진 eeo.com.cn 캡처

올해 들어 중국경제는 리오프닝(경제 재개)의 영향으로 투자, 수출, 소비가 늘어나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계속되자 중국은 성장률 전망치와 기준 금리를 내리는 등 대규모 부양책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자산가치와 부동산 경기 하락, 수출 격감 등으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는 양상이다. 중국 경기회복의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중국경제 회복 왜 더디나?

코로나 19로 중국 도시는 봉쇄되거나 엄격하게 차단돼 도시에서 생활하던 외지인들이 귀향하거나 통제가 덜한 지방으로 이주했다. 대도시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대도시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중국 도시의 인구는 감소하여 활력을 잃고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 등 대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코로나 이전 중국 특유의 북적거림을 볼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제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통제와 디커플링 영향으로, 중국 내부의 산업 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신규 투자 의욕은 많이 상실된 상태며, 중국 개인과 기업은 해외에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 권역으로 회사나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현상이 도처에서 뚜렷하다.

중국 부동산 경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정부나 관련 기관의 감질나는 정책과 대책은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 새 준공된 아파트의 공실률이 50%에 육박하는 것도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불경기는 지방 정부의 재정압박으로 직접 연결된다.

청년층 실업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삼포 세대로 불리는 ‘탕핑족(躺平族)’의 숫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공동부유를 내세우면서 게임, 핀테크, 빅데이터, IT 플랫폼, 교육산업 등을 규제하면서 고급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졸자의 취업은 물론 관련 사업의 창업도 줄어들게 하여 청년실업을 가중하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중국행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발효된 반(反)간첩법의 영향 때문이다. 지문과 안면 인식 등록 등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국 비자 발급 절차도, 외국인의 대(對)중국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까다롭고 고압적인 입출국 절차는 중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 7월 12일 리창(李强) 총리는 알리 클라우드(阿里雲), 메이퇀(美團), 샤오훙수(小紅書)등 플랫폼 기업을 불러 좌담회를 열고, 수요 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경제 성장률에 정권의 사활을 거는 나라다. 하반기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겉도는 미·중 대화

지난달 18~19일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연쇄 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긴장 관계에 대한 본질적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개국(G7)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선 ‘디리스킹(De-risking)’이 미국과 서방의 대중국 전략 경쟁의 핵심 원칙으로 선언됐다. 첨단산업의 탈(脫)중국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규제를 약간 풀어주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다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미국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인식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EU 회원국들은, 중국의 집요한 선물 공세와 자국의 녹록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물밑에서 실리를 챙기기 바쁘다. 중국을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필수 파트너’로 보아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로운 변화

세계적 국제도시로 외국인이 넘쳐나던 상하이 거리에는 외국인의 모습이 많이 줄었다. 최고급 수입 명품을 파는 명품관이나 고급 음식점은 예약해야 하지만, 일반인이 이용하는 상점은 한산하다. 일반상품을 팔던 대규모 쇼핑센터는 빠른 속도로 식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창업 민영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적합한 업종을,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국영기업에 맡기는 현실은 시대 역행적이다. 홍콩사태나 3연임 같은 전체주의적인 국정 운영에 실망한 부자들의 해외 이민이 증가하면서 국부 유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칭화대 교수 리다오쿠이(李稻葵)의 제안

중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칭화(淸華)대학 중국 경제사상 실천연구원(中國經濟思想與實踐硏究)의 원장 리다오쿠이(李稻葵)는“중국 정부의 거시경제에 대한 과열 방지정책에서, 과냉(過冷) 방지 방향으로 선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향후 10년간 연 6~7%의 성장을 달성할 잠재력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대내외적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면 향후 4~5년간 연 3~4% 성장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 교수는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으로 투자 잠재력이 충분하고, 연구·개발 능력은 10여 년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인적자원의 총량도 미국보다 많아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 교수는 “중국경제의 과냉 방지를 위해 소비 촉진을 위한 보조금 도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방채 문제 공동 해결, 신흥산업에 대한 개방, 부동산세 부과 중단, 부동산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자본주의에 기반을 두어 실용주의로 국부를 일으킨 중국이, 이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나 기업에 좋은 일이 아니다. 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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