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악취나는 고성 '무릉도원'…48억 쓰고 방치, 철거에 또 세금 쓸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풍뎅이 도서관’ 내부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풍뎅이 도서관’ 내부 모습. 박진호 기자

허리까지 자란 잡풀 뚫고 가자 모습 드러내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무릉도원권역 숲 체험로 조성사업’ 현장. 무성한 잡풀 사이로 ‘무릉도원 테마공원’으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하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지만, 주위는 온통 논ㆍ밭만 있을 뿐 테마공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23 세금낭비 STOP]

700m가량을 산 쪽으로 이동한 뒤에야 잡풀 사이로 방치된 안내 초소가 나왔다. 허리까지 자란 잡풀을 뚫고 30m가량을 더 들어가자 ‘잠자리 식물원’과 ‘풍뎅이 도서관’ 등 건물 2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성군에 따르면 이 시설은 ‘무릉도원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2단계로 2016년 만들었다. 잠자리 식물원과 풍뎅이 도서관을 만드는데 1억7300만원, 보강토옹벽·전석쌓기 등 부지조성에 8500만원, 이야기 조형물 8개를 만드는데 국비 3억100만원와 군비 1억2900만원 등 총 4억3000만원을 투입했다.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무릉도원권역 숲 체험로 조성사업’ 현장. 무성한 잡풀 사이로 ‘잠자리 식물원’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무릉도원권역 숲 체험로 조성사업’ 현장. 무성한 잡풀 사이로 ‘잠자리 식물원’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잠자리 식물원’ 내부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잠자리 식물원’ 내부 모습. 박진호 기자

7년간 방치로 식물원 안쪽 악취 진동 

하지만 시설이 7년이나 방치되면서 잠자리 식물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악취가 진동했다. 테이블과 의자·주방시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고 바닥 등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했다. 바로 옆에 있는 풍뎅이 도서관은 책 수백권이 물에 젖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모(65)씨는 “잠자리 식물원과 풍뎅이 도서관은 만들어 놓고 정상적으로 운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사업부지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 많아 세금만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 시설물은 고성군이 한국농어촌공사 영북지사에 위탁(발주)해 완공 후 군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마공원 부지 내 국유지(2필지)와 사유지(3필지) 매입이 완료되지 않은 사실이 건물이 들어선 뒤에 밝혀지면서 준공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무릉도원권역 숲 체험로 조성사업’ 현장. 무성한 잡풀 사이로 ‘풍뎅이 도서관’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지난 3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 ‘무릉도원권역 숲 체험로 조성사업’ 현장. 무성한 잡풀 사이로 ‘풍뎅이 도서관’이 보인다. 박진호 기자

인허가 관련 착오로 준공 못 해

이처럼 2단계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1단계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단계 사업은 테마공원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세워진 3층 규모 무릉도원권역활성화센터다. 2012년 완공된 이 센터는 높이 16m ‘거대농부상’ 형태로 ‘진격의 농부’로 불리며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 건물을 짓는데 14억5300만원이 투입됐지만, 그동안 카페 등으로 운영돼오다 관광객 발길이 줄어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1·2단계 걸쳐 무릉도원권역에 쓰인 세금은 국비 38억4000만원, 지방비 9억6000만원 등 총 48억원에 이른다.

고성군 관계자는 “무릉도원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2단계를 진행하던 중 인허가 관련 착오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농촌공공시설물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으로 권역운영위원회와 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활성화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군은 지난 4월 위탁시행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영북지사에 무릉도원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2단계 사업에 대한 투자사업비 4억3000만원 전액 환수를 통보했다. 여기에 사업부지 원상복구, 시설물 이전 등 후속 조치까지 해야 한다. 이래저래 세금이 낭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에 2012년 완공된 높이 16m ‘거대농부상’. 3층 규모 무릉도원 권역활성화센터로 지어진 이 시설물은 이용객이 없어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2리에 2012년 완공된 높이 16m ‘거대농부상’. 3층 규모 무릉도원 권역활성화센터로 지어진 이 시설물은 이용객이 없어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박진호 기자

활성화 동력 잃어 애물단지 전락 

더욱이 2단계 사업 실패로 거대농부상에서 시작해 식물원·도서관 조성 등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면서 이미 활성화 동력을 잃은 상태다.

한국농어촌공사 영북지사 관계자는 “당시 국유지 매입 등이 왜 안 됐는지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철거나 보수에 관한 부분을 고성군과 상의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당시 이 사업 담당자들은 모두 퇴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생활권이 같은 발전 잠재력이 있는 여러 개 마을을 소권역으로 설정, 지역 특성과 잠재자원을 활용해 생활환경정비·경관정비·소득기반확충·지역역량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4년부터 ‘농업·농촌종합대책’,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대책’ 일환으로 이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