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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40원 모자란 1만원'..."업종별 구분" 목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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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25일 오후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25일 오후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2.5%)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다다르기까지 단 140원이 남았다. 인상률로는 1.4% 수준이다. 이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젠 업종·지역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전원회의에선 업종별 구분적용 안건은 찬성 11표, 반대 15표를 기록하면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경영계(사용자위원)는 전원 찬성, 노동계(근로자위원)는 전원 반대를 주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도 다수가 반대에 표를 던진 셈이다.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시간당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업종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첫해인 1988년 한 차례 도입됐지만, 이후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노동계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이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능력의 차이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구분 적용의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업종별로 임금 격차가 큰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빈곤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 특히 소상공인들은 노동강도가 낮고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업종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6년간 48.7%나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한정해 시행해달라는 요구”라며 “노동강도가 낮고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업종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외국에선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은 생계비·임금·기업 상황 등을 고려해 지역별·산업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독일은 업종과 지역에 무관한 국가 최저임금이 있지만,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을 경우 차등을 인정한다. 스위스도 일부 업종별로 단체협약을 통해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제네바주에선 농업·화훼업 근로자에게 주 최저임금의 73.5%를 적용한다. 영국은 연령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기도 한다.

지역별 구분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업종별 구분적용은 이미 최저임금법에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근거 조항이 있는 만큼 언제든 시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난 30여년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임금 실태조사가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실제 업종별 자영업자가 벌어들이는 매출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 등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사업체노동력 조사 등의 통계가 활용되는데, 이마저도 최저임금 실태를 명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20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수련교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20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수련교수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선 ‘해당 업종에서 받는 임금이 얼마냐’고 직접 묻는 방식으로 조사하다 보니 10만원 단위의 개괄적인 답변을 받는데, 정작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선 10원 단위가 중요한 만큼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구분 적용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도 정확한 통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최저임금위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맡기기도 했지만, 근거가 되는 데이터 자체가 미흡하다 보니 결론이 활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 교수는 독립적인 고용노동통계 전문기관을 신설해 최저임금만을 위한 통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세청, 통계청, 고용노동부 등 여러 기관에 퍼져있는 임금 관련 데이터를 칸막이 없이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이나 구분적용 결정만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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