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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종보 자칫 기름관 터진다"…文 5년 방치에 재가동 난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5년간 방치된 금강 세종보.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5년간 방치된 금강 세종보.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 개방 4년 만에 존치 결정" 

세종시 금강에 만든 세종보(洑)가 정부의 보 존치 방침에도 재가동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압식(油壓式)으로 설계한 전도식 수문 가동 여부를 지난 5년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데다 가동보에 연결한 기름 배관 12개가 모두 금강 물길 아래에 있어서다. 정밀 안전점검 없이 함부로 가동보를 움직였다가, 노후한 배관이 터져 기름이 강물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보 내 가동보 3개를 떠받치고 있는 실린더는 기름(가동 오일)을 주입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큰 철판 2개를 묶은 가동보 1개당 무게는 40t. 철판을 실린더 여러 개가 여닫는 구조다. 가동보 3개엔 보를 움직이는 실린더 94개가 설치돼 있다. 1가동보에 32개, 2가동보에 32개, 3가동보에 30개다.

24일 오후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물에 잠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일 오후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물에 잠겨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촘촘히 박힌 실린더에 가동 오일을 보내는 배관은 모두 12개다. 모두 한솔동 방향에 있는 3가동보 쪽에서 시작한다. 갈수기에도 금강 물은 3가동보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퇴적토가 쌓여 보 기능을 상실한 1·2가동보쪽 시운전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 가동보가 눕혀진 상태라 밑에 깔린 실린더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5년 넘게 방치한 수문 “뜯어봐야 안다” 

가동보 배관 외에도 보 하류 물을 막는 보조수문 구동축(스톱로그 실린더·24개)에도 배관 6개가 설치돼 있다. 금강보관리단 관계자는 “가동보를 제대로 점검하려면 40t짜리 철판을 들어 올려 밑에 깔린 실린더와 배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금강 수위가 올라 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르고 있고, 유속이 빨라 홍수기 이후에 점검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보관리단에 따르면 가동보 운영 시 배관에 가해지는 압력은 광역상수도관 압력의 15배가 넘는다. 이는 댐에서 취수한 물을 자치단체 정수장으로 보낼 때 쓰는 송수관 압력보다 10배가 넘는다는 의미다. 배관 내구연한은 7년으로 완전 개방 시점이 2018년 4월인 것을 고려하면 노후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현재 가동보를 들어 올리고 싶어도 배관이 유압을 견뎌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가동보를 움직였다가, 배관이 터지기라도 하면 기름이 하천에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보 2022년 3월 12일. 김방현 기자

세종보 2022년 3월 12일. 김방현 기자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2021년 2월 결정한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 개방 과정을 놓고 “국정과제란 이유로 시간에 쫓겨 비과학적이고, 불합리·불공정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 같은 감사원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일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보·공주보 등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며 기존 국가물관리위원회 결정을 뒤집었다. 환경부는 지난 21일께 물관리위원회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심의를 요청했다.

금강 밑 배관 12개 노후 가능성…크레인으로 올릴 듯 

세종보는 콘크리트 중력식으로 만든 고정보(125m)와 가동보(223m)가 이어진 다기능 보다. 1287억원을 들여 2012년 6월 준공했다. 가동보 2개 높이는 2.8m, 1개는 4m다. 환경부는 가동보를 비롯한 세종보 안전점검에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압으로 가동보를 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점검을 하려면 크레인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가동보를 들어 올린 뒤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21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방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는 세종보 정상운영 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5년 이상 방치한 세종보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성급히 철거를 권고하면서 제대로 가동도 해보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 중심에 서야만 했다”며 “세종보 탄력 운영을 통해 친수공간 확보와 수생생태계 건강성 회복이란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14일~16일 사흘간 내린 폭우로 큰 수해를 당한 공주에선 보(洑) 존치를 환영하고 있다. 이국현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금강을 7~8m 정도 준설한 것으로 안다. 만일 준설하지 않았다면 물바다 됐을 것”이라며 “많은 시민이 4대강 사업으로 덕을 봤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윤응진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사무차장은 “농사를 위해서도 공주보는 필요하다”며 "공주보 존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0~2011년 4대강 사업 당시 공주·부여 등 금강에서는 총 자갈과 모래 등 4900만㎥를 준설했다.

2019년 7월 공주시 자체 여론조사에서 공주시민 74.8%가 공주보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주시의회도 만장일치로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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