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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꼴찌의 반란 외친 페퍼저축은행 채선아

중앙일보

입력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 광주=김효경 기자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 광주=김효경 기자

"(광주)오실 일 많을 거에요. 저희 많이 이길 거거든요. 꼴찌의 반란."
19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만난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31)는 자신있게 말했다. 2년 연속 최하위였지만, 새로운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기대되는 듯 했다. 생애 첫 FA 이적을 한 채선아 스스로의 각오도 느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비시즌 지갑을 통크게 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채선아를 한꺼번에 영입하고, 내부 FA(자유계약선수)였던 오지영과 이한비도 계약했다. 지난 2년간 FA 시장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세터 이고은의 재트레이드, 아헨 킴 감독과의 결별 등 좋지 않은 이슈도 있었지만, 분석 전문가 조 트린지 감독을 데려오기도 했다. 덕분에 다가오는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만만한 막내 구단' 이미지를 벗어났다.

채선아는 6년간 정든 KGC인삼공사를 떠나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KGC 코칭스태프, 선수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다. 고희진 감독의 생일에도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채선아는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너무 잘 대해주셔서 고민했다"면서도 장난스럽게 "KGC인삼공사는 꼭 이기겠다"고 농담했다.

지난시즌까지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채선아. 연합뉴스

지난시즌까지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채선아. 연합뉴스

세 번째 FA지만 팀을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채선아는 "다른 팀에서 나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와보고 싶긴 했다. 창단했을 때부터 잘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때마침 좋은 제의도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첫 이적(IBK기업은행→KGC 트레이드)도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배구를 재밌게 했다. 여기에서도 재밌게 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엔 리베로 오지영, 프로 동기 박정아 등 절친한 선수들이 제법 많다. 채선아는 "인삼공사 시절에도 지영 언니와 친언니처럼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채선아는 "지영 언니가 꼬신(?) 건 아니다. 사실 예전에도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자랑을 몇 번 했다. 대표팀이나 선수단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와보니 정말 똑같았다. 선수들이 원하는 걸 구단에서 많이 해준다. 나도 지영 언니처럼 다른 팀 선수들에게 설명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광주로 숙소를 옮겨 완전하게 연고지에 정착했다. 채선아는 이동거리에 대해 묻자 "그전에도 대전에서 다녀서 괜찮을 것 같다. 우리 구단 버스가 발을 쭉 뻗을 수 있고, 정말 편안하다"며 "숙소로 쓰는 아파트 상가에 구단이 치료실과 전용식당이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장은 체육관 안에 새로 만들었는데, 아파트 내 헬스장도 있어서 원할 때 운동을 할 수 있다. 숙소 앞이 큰 상권이라, 필요한 곳들이 다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고 했다.

가장 편한 사람은 역시 박정아다. 둘은 2010년 IBK기업은행 창단 드래프트 멤버다. 채선아는 "정아와 옛날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이만 먹었지, 마음은 아직 20대 그대로다. 어린 후배들한테 못 하는 얘기도 할 수 있다. 내 본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저는 든든한데, 정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진엔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많다. 그러나 서브 리셉션과 수비가 장기인 선수는 채선아뿐이다. 수비력이 필요할 땐 채선아가 자주 투입될 전망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받는 것 위주로 많이 했다. 리시브에 대한 책임감은 당연히 있고, 내게도 맞는다. (수비로)기회를 살려주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새 공인구가 무거운 느낌이다. 리시브하기엔 편한 것 같다. 그전 스타 볼은 많이 튀었는데, 이번 공은 덜하다"고 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조 트린지 감독은 최근 트렌드처럼 세터 머리위에 정확하게 보내기보다는 일단 받아두고 세터가 빠르게 움직여 처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채선아는 "감독님이 넘어가는 공보다는 유럽식으로 띄워놓는 걸 원한다. 리시브 범실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선아는 "연습경기 때 감독님이 경기 중에도 분석을 하더라. 요즘엔 아이패드를 많이 쓰는데 공책에다 샤프로 써서 설명을 했다"고 웃으며 "'이렇게 때려라'는 지시가 아니라 '이렇게 들어가면 우리 공격 루트와 블로킹이 이렇다. 확률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짚었다. 그런 점들을 감독님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 광주=김효경 기자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 광주=김효경 기자

지난해 채선아는 6년 만의 봄 배구를 할 기회를 놓쳤다. KGC인삼공사가 승점 1점 차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최선을 다 했는데 안 됐다. KGC에서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마지막 팀이란 생각으로 페퍼저축은행에서 꼭 한 번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팀이 작년보다는 한 단계 올라갔으면 한다. 나는 주로 팀이 안 좋을 때 들어갈텐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 선수 '잘 데려왔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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