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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돈 요구" 말했다가...성추행 혐의 박완주, 뒷감당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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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성추행 혐의를 받는 박완주 무소속 의원(불구속 기소)이 사건 후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빌미로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주변에 주장했다가 검찰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받은 사실이 파악됐다. 또 검찰은 “박 의원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피해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려 했다”고 판단,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 뉴스1

박완주 무소속 의원. 뉴스1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법무부로부터 받은 박 의원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3선 출신인 박 의원(지난해 5월 제명)은 지난 4일 강제추행치상·명예훼손·직권남용 등 세 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중 명예훼손과 직권남용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길 땐 없었는데 검찰(서울남부지검 형사1부) 수사과정에서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2021년 12월 의원실 소속 보좌관 A씨를 강제 추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는 박 의원이 민주당 정책위의장이자 이재명 대선 후보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때다. 지난해 5월 A씨가 박 의원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는데 박 의원은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에 “박 의원은 A씨를 강제로 추행하고, 이로 인해 A씨에게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상해를 입게 했다”고 적었다.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된 건 박 의원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왜곡된 주장을 했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은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전직 보좌진 B씨를 통해 A씨와 합의를 시도했다. “(당시) 박 의원 측이 A씨의 향후 근무방식을 포함한 경제적 보상 등을 제안했고 A씨는 ‘정계 은퇴 및 3억원’을 원한다는 의견을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박 의원은 한달여 뒤인 그해 4월 19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당선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당선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검찰은 “A씨가 먼저 경제적 보상을 요구한 바 없었음에도 박 의원이 A씨의 경제적 보상 등에 대한 의견 제시 내용만을 주변에 공개함으로써 A씨가 성폭력 피해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봤다.

구체적인 발언도 적시했다. 지난해 5월 4일 지역구(충남 천안을)의 한 식당에서 박 의원이 지역 의원 등 참석자들에게 “A씨가 3억원 및 2년 자리 보장과 (나에 대한) 정계 은퇴를 요구해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법적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합의 시도 관련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박 의원이 A씨를 부당하게 해고하려 했다고 봤다. 지난해 박지현 당시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엄정 대응에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A씨를 의원실에서 배제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다른 보좌진 C씨를 통해 국회 사무처에 A씨 의원면직(依願免職, 본인이 원한 사직) 요청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5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A씨가 “나는 면직 의사를 표시한 적 없다”고 항의하자 박 의원은 신청서를 철회했는데, 같은 날 박 의원은 A씨에 대한 직권면직 신청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직권면직은 보좌진 의사와 상관없이 해고가 가능한 국회의원의 권한이긴 하지만, 성폭력방지법 등 각종 관계 법령엔 “부당한 인사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 성폭력과 관련한 부당한 사유로 인해 본인 의사에 반하여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적었다.

조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 측은 성추행 의혹도 모자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고 직장에서 강제로 내치려 했다”며 “이제라도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소장과 관련해 박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은 혐의가 없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달 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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