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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환경장관 질타 "물관리 못할 거면 국토부로 넘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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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수자원 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지시하면서 “물 관리를 제대로 못 할 거 같으면 국토교통부로 다시 넘겨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집중 호우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언급하는 대목에서였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자원 관리 주무부처 장관인 한 장관을 앞에 두고 “환경부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다. 제대로 해야 한다”며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 목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한 “철저한 조직 개편”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환경부가 물 관리 업무를 가져갔으면 종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지, 환경규제라는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국토부로 다시 넘겨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초 국토부는 치수(治水) 사업을,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해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두차례 개정안 통과와 함께 수자원 관리 기능은 환경부로 이관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 인사는 통화에서 “기후 이상으로 호우·가뭄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에 대응해 환경부도 부처 역할과 업무 성격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환경부를 포함해 국정과제 이행 의지나 개혁 추진이 미흡할 경우 언제든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환경부는 1급 실장 3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홍수 예방을 위한 하천 준설(浚渫·흙을 퍼내 바닥을 깊숙하게 만드는 일)에 대한 언급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미호강은 애초부터 수위가 정말 높았다”며 “하천 준설 정비를 제대로 해라”고 말했다. 하천 유로 확장, 수심 증가 작업 등을 통해 홍수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다수의 사상자를 낸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인근 미호천교 개축을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지하차도로 물이 삽시간에 들어가 발생했다.

아울러 경찰의 초동대응 미흡도 지적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사 당시 궁평2지하차도 지역 관할 경찰서에 교통 대응 관련 순찰차가 5대 정도밖에 없었다는 경찰청 보고를 언급하면서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지적했다. 수해가 나면 부처 칸막이와 상관없이 다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 경찰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지자체 등이 ‘책임 떠넘기기’만 한다는 지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대전충남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 카르텔’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 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권ㆍ부패 카르텔을 거론하며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데 돈 쓰려고 긴축 재정한 것”이라며 “국민 눈물을 닦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집중호우로 농가 피해를 본 충남 공주시 탄천면 일대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전날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에 이어 이틀 연속 수해 현장 방문이었다.

녹색 민방위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망가진 비닐하우스 앞에서 피해 현황 관련 브리핑을 듣고 축사로 이동했다. 여기서 한 주민이 “살게 좀 해달라”고 눈물을 글썽거리자 윤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 오늘 농림축산부 장관도 오시고 지사님도 오셨다. 예산 투입을 많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방문에는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과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태흠 충남지사, 최원철 공주시장,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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