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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 업계 “중국 수출 그만 좀 죄라” 바이든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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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IBM 등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이 회원으로 있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추가 규제를 자제해달라는 공식 성명을 내면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인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추가 조치가 미국 업체에 줄 타격도 큰 데다, 반발한 중국이 추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IA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치권(워싱턴) 지도자들은 지난해 강력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강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했다”며 “이 법의 긍정적인 영향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미국 반도체) 업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인 (수출) 제한을 벌이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 SIA 홈페이지 캡처]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 SIA 홈페이지 캡처]

SIA는 바이든 행정부가 업계와 함께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추가 제재는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미 행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가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동맹국과 완전한 조율을 거쳤는지 등에 대해 업계 및 전문가와 광범위하게 협의, 평가하기 전까지 추가 통제 조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IA가 성명까지 내면서 정부에 자제를 요청한 건 미국 상무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에 대한 추가 조치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14㎚ 이하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상무부는 이에 더해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도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추가 조치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반도체 업계는 추가 제재가 시행될 경우 시장 상황이 한층 악화할 거라 보고 있다. 미 반도체 업체들로선 지난해 전 세계 수요의 3분의 1인 1800억 달러(약 227조원) 어치의 반도체를 사들인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5월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다음 달부터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에 들어가는 등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한 보복에 착수한 점도 미국 업체의 우려를 키웠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난 것도 이런 업계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SIA의 성명에 대해 “우리의 (제재) 조치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도록 신중하게 조정됐고, 미국과 동맹국 기술이 우리의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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