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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침수 피해 공주에 또다시 장대비 [르포]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전 11시30분 충남 공주시 옥룡동. 며칠 전 내린 폭우로 빌라와 아파트 지하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전날까지 복구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이날 새벽부터 세찬 비가 내리면서 야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공주시청과 자원봉사자들이 지하에서 물에 젖은 장판과 가재도구·가전제품을 밖으로 꺼냈지만, 빗물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아파트와 빌라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는 언제 수거될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우산을 쓴 채 밖으로 나와 금강 쪽을 바라봤다. 밤새 내린 비로 옷가지만 겨우 챙겨 대피소로 이동했던 지난 15일 새벽 일을 떠올린 주민은 “여기(옥룡동)에서 40년을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옥룡동 주민들은 비가 19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 예보를 듣고는 “오늘 밤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침수 피해 사흘, 치우지 못한 쓰레기 산더미

옥룡동 주택가 골목에는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인력 부족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토사가 유실되는 등 긴급 복구가 필요한 곳에 인력을 우선 배치하는 상황”이라며 “군(軍)과 자원봉사자 도움으로 그나마 정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호우경보가 내려진 공주에는 18일 오후 2시까지 62.5㎜가 내렸다. 오후 들어서는 시간당 16.0㎜가 넘는 세찬 비가 쏟아졌다. 지난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400㎜의 기습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도심은 물론 인근 읍·면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공주 도심에는 최고 577.5㎜가 내리기도 했다.

18일 오전에도 강한 비…주민들 "또 침수될라" 걱정

국제라이온스협회 356F 세종충남지구 회원 7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공주시 옥룡동과 읍·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침수된 1층과 지하에서 젖은 물건을 꺼내고 무너진 구조물도 정리했다. 옥룡동에서 만난 김호태 1부총재는 “와서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건축 분야 전문가인 회원을 중심으로 지역 곳곳에서 자원봉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18일 자정 기준 금강교 수위는 5.3m로 경계수위(11m)보다는 한참 낮지만, 상류인 대청댐에서 초당 2403의 물을 방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강 지류인 공주시 소학동 혈저천도 급속하게 수위가 다시 상승했다.

금강 지류 혈저천 수위도 다시 상승…긴급 복구

지난 14~15일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혈저천 둑 안쪽 논도 모두 잠겼다가 겨우 물이 빠졌지만 세찬 비가 다시 내리면서 침수 위험이 높은 상태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너비의 둑 안쪽은 흙이 모두 쓸려나가 언제 붕괴할지 모를 정도로 위험했지만, 복구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공주시 소학동 배수장 담장이 무너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18일 오전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공주시 소학동 배수장 담장이 무너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혈저천 둑 한 켠에 있는 농어촌공사 관할 소학제2배수장도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소학제2배수장은 담장이 모두 무너져 출입이 통제됐다고 시설 곳곳도 토사와 나뭇가지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둑 기슭에는 박하사탕 모양의 커다란 짚더미도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이리저리 뒹군 채 놓여 있었다. 금강 변 수위 상승에다 낙석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공주시 소학동에서 반포면으로 이어지는 창벽로는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낙석 위험 도로 일부 통제…공주시의회 "재난구역 선포해달라"

소학동에서 만난 주민은 “며칠 전에는 물살이 워낙 거세서 논에 나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장정 여럿이 들지도 못하는 짚더미가 저렇게 힘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면 물이 무섭긴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의회는 18일 제245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집중호우 피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15일 기습적인 폭우로 충남 공주시 옥룡동 일대가 침수된 가운데 출동한 119구조대가 주민을 보트에 태워 구조하고 있다. [사진 공주시]

지난 15일 기습적인 폭우로 충남 공주시 옥룡동 일대가 침수된 가운데 출동한 119구조대가 주민을 보트에 태워 구조하고 있다. [사진 공주시]

한편 이번 폭우로 충남에선 축산시설 118곳(20.98㏊)이 침수되면서 한우 258마리와 돼지 3161마리, 닭 18만4900마리가 폐사했다. 주택 파손과 토사 유출·축대 붕괴 등 건축물 피해는 98곳으로 집계됐다. 농경지 피해 면적은 1만329.7㏊로 이는 축구장(0.714㏊) 1만4000여 개에 달하는 크기다. 제방이 붕괴한 청양군 청남면과 논산시 성동면 주민 69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에 대피해 있다. 산사태·호우로 인한 도내 사망자는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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