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객 돈 빼돌리고 미공개 정보로 투자…금융사 임직원 대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중앙포토

허위 계약을 통해 고객의 돈을 빼돌리고, 직무 과정 중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대거 적발됐다. 아울러 가족 명의 법인 등에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대주주 및 임원들의 사례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금융투자회사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사적 이익추구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검사 결과 다수의 위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운용사 대주주나 임직원들은 ▶허위·가공계약을 활용한 자금 편취 ▶미공개 직무정보 활용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을 통해 사익 추구행위를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운용사 임직원들은 펀드 자금 편취를 목적으로 허위의 공사 계약이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 A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건설업체와 공모해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의 보수 공사비를 과하게 부풀려 계약했다. 이후 해당 건설업체와 가족 법인과의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이 운용사 대표이사 B씨는 펀드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허위의 자문 계약을 맺어 관련 수수료 명목으로 자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투자 건물에 대규모 공실 위험이 있다는 '가짜 정보'로 투자자들 속여 수익률이 좋은 증권을 저가에 넘겨 받았고,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첩받아 재판에 넘긴 상태다.

운용사의 실질 대주주가 서류에만 가짜 임원이나 주주를 등재시킨 뒤 급여,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을 횡령한 사례도 검찰로 넘어갔다.

일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직무 과정 중에 얻은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정보, 투자 예정 기업 내부 정보 등으로 가족 명의 법인을 통해 선행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법인 등에 자금이나 담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투자자와의 이해 상충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사례 등이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나 중·소형 금융투자회사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과거 부동산 활황기를 틈타 자금이 집중되고 내부 감시가 소홀한 부동산 대체투자 분야 등에서 발생 빈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위법성을 은폐하기 위한 차명·가족법인 명의를 활용하거나 위법행위 방지·적발 의무가 있는 대주주 및 고위 임원들의 연루된 점도 이번 적발 사례들에서 나타난 특징이었다.

금감원은 "이들 사안에 대해 엄정한 행정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주요 사익 추구 행위를 유형화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해 금융투자회사가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