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덕에 39쌍 솔로탈출…지자체 '맞선 사업' 부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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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성남시 한 호텔에서 열린 미혼남녀 만남의 장 ‘솔로몬의 선택’ 2차 행사 모습. 1·2차 행사에서 총 39쌍의 커플 매칭이 성사됐다. 성남시

지난 9일 성남시 한 호텔에서 열린 미혼남녀 만남의 장 ‘솔로몬의 선택’ 2차 행사 모습. 1·2차 행사에서 총 39쌍의 커플 매칭이 성사됐다. 성남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호텔. 10명씩 팀을 이뤄 10여개의 원형 테이블에 앉은 100여명의 남·여가 쑥스러운 듯 첫인사를 나눴다. 성남시의 미혼남녀 만남 행사인 ‘솔로몬의 선택’ 참석자들이다. 성격 유형 검사(MBTI)와 팀별 게임, 와인 파티, 1대 1 대화, 식사 시간 등을 거치는 동안 서먹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마음에 드는 상대 3명의 이름을 성남시에 제출하는 것으로 행사는 끝났다. 성남시는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한 커플에게 문자 메시지로 상대방의 연락처를 전달해 다리를 놨다. 행사에 참여한 염모(35)씨는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생긴 것도 좋았지만,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1차 행사(15쌍)와 이날 열린 2차 행사(24쌍)에서 탄생한 커플만 총 39쌍. 그러나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뒤풀이 행사와 별도 모임을 만드는 등 인연을 이어가면서 성남시는 추가 커플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 중매 사업 뛰어드는 지자체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중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지역 내 기업체에 근무하는 미혼남녀를 한자리에 모여 만나게 해준다. 1990년대 농촌 지역에서 주로 추진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의 현대판인 셈이다. 농협 등이 추진했던 사업을 1996년 전북 정읍시와 전남 나주시 등이 시책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자체 사업이 됐다. 대상이 지역 미혼남녀로 확대된 건 1999년 광주 광산구와 부산 동구가 개최한 ‘사랑의 오작교’부터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음력 7월 7일 영·호남지역 미혼 남녀들을 초청해 만남을 주선했다.

 2001년 경상남도가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미혼남녀 사랑 만들기 캠프’를 추진하는 등 이후 지자체마다 중매사업에 나섰다. 대구 달서구는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했고, 부산시와 경기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결혼상담센터를 운영했다. 2012년 인천시 커플매칭 행사에 참여해 이듬해 결혼에 성공했다는 한모씨(30대)는 “행사 참가 전 주민등록초본과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지자체가 참가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가 미혼남녀 만남행사 '솔로몬의 선택'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200명이 참여하는 행사에 12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

경기 성남시가 미혼남녀 만남행사 '솔로몬의 선택' 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200명이 참여하는 행사에 12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유행하면서 중단됐던 맞선 사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해제와 함께 경북 구미시, 충북 청주시 등에서 부활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200명이 참여하는 행사에 1200여명이 신청하고, 행사 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만족감을 표시했다”며 “반응이 뜨거워 올해 하반기에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중매사업에 나서는 건 비혼 해소를 촉진해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1960년 6명 정도였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25~49세 인구의 미혼남녀 비율도 남성 47.1%, 여성 32.9%에 달하는 등 비혼과 저출산은 대도시에서도 문제가 됐다.

"세금 들여 미혼남녀 만남 주선은 문제” 반발도

 반면 “남녀의 만남에 공공기관이 세금을 투입해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남주민대회추진위원회는 ‘솔로몬의 선택’ 행사 전 낸 성명서에서 “결혼하고 싶은 사회,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결혼대행업체에서나 할만한 이벤트 행사에 2억4500만원의 예산을 투여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도 지난 6월 미혼 청년을 위한 ‘서울팅’사업을 추진했지만 “남녀 간 만남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 등이 이어지자 포기했다.

2017년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차려입은 달서구청 직원들이 미혼남녀의 이색축제 ‘두근두근 페스티벌’을 홍보하고 있다. 달서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결혼장려팀’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10.19

2017년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차려입은 달서구청 직원들이 미혼남녀의 이색축제 ‘두근두근 페스티벌’을 홍보하고 있다. 달서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결혼장려팀’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10.19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인간관계가 좁아진 청년층이 이벤트라는 생각에 맞선 행사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를 저출산 대책 등과 연결시켜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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