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최악의 항공대란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 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는 오는 18일 노사 간 면담이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휴가철 파업 예고…첫 결항도
17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오는 24일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24일에는 화물 항공기 2개 기종에, 26일에는 대형기 2개 기종으로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지난 16일에는 국제선 왕복 항공편이 결항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결항 원인으로 ‘스탠바이’(인력 공백을 대비해 일부 조종사들이 대기 상태에 있는 것) 근무자의 연락 두절을 꼽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종사노조 단체 행동에 따른 영향으로 부족 승무원(기장·부기장)을 섭외할 수 없어 결항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7시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는 OZ731 편과 낮 12시5분(현지시간) 호찌민에서 출발하는 OZ732 귀국편이 비행에 나서지 못했다. OZ731 편에는 승객 125명, OZ732 편에는 171명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 측은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7일부터 16일까지 국내선 10편, 국제선 2편이 결항됐고, 국제선과 국내선 56편이 지연된 것으로 본다.
물밑협상 한창 진행 중…진전 있을까
다만 물밑에서는 양측의 조율도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8일이 1차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날 노조 교섭위원들은 아시아나항공 경영본부장 등 사측과 면담할 예정이다. 노조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도 배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간 양측은 노조가 제시한 10% 임금 인상안과 회사 쪽이 제시한 2.5% 인상안 사이에서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노조 측에서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중‧소형기 조종사에 대한 이착륙 수당 등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의 숨통이 트인 상태다. 현재는 이착륙 수당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고 한다. 노조 측은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회사는 단 0.1%도 물러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마지막 임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임협이 재개됐지만 10개월째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7일 회사 지시에 따라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 이외의 일을 중단하거나 보수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준법투쟁에 나섰다.
조종사 노조 측은 “지난해 최대 영업이익(7335억원)을 거두고도 고작 2.5%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회사는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총부채가 12조8147억(1분기)에 달할 정도인 재무구조가 악화해 임금 인상은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은 “국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동”이라며 “노조 구성원 전원이 고소득자”라고 주장했다.
조종사 노조 파업이 실제로 이뤄질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항공업은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관측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과 노·사가 맺은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라 파업 때는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국내선 50%의 인력 또는 운항률을 유지해야 한다. 노조 역시 이런 방침을 준수한다는 입장이어서, 파업에 들어가면 국제선·국내선 일부 구간 운항만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승객 불안과 조종사 스케줄 조정 등이 관건이다. 파업이 예고되면 결항뿐 아니라 승객들이 불안감에 항공 예약을 취소하거나 대체 조종사 인력 구하기에 난항을 겪는 등 다른 부작용도 빈발하기 문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원유석 대표가 팀장을 맡고 있는 ‘조종사 노조 쟁의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63명 규모로 구성했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모든 예약 상황을 분석해 항공 스케줄 조정과 감편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