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장에 고래·서해 노을…보령 해저터널이 재미있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충남 보령시 신흑동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 해저터널에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신진호 기자

충남 보령시 신흑동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 해저터널에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신진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충남 보령시 신흑동 보령해저터널. 원산도 방향(국도 77호선 상행선)으로 진입해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환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빛이 둥그런 터널 천장에 비치자 마치 바닷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고래가 유영하고 갈매기가 나는 모습의 조명이었다. 조명이 설치된 구간은 길지 않았지만, 해저터널을 지나면서 지루함을 덜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충남 보령해저터널(국도 77호선)에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대전국토청은 해저터널의 특징을 살리고 운전자의 안전을 돕기 위해 터널 내 6개 구간(총 1400m)에 바닷속 수족관과 해양생물, 서해안 낙조, 보령머드축제 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이 사업에는 40억원이 투입됐다.

졸음운전이나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터널 내에 경관조명을 설치한 곳은 있지만, 볼거리 제공을 위한 미디어 아트 연출은 국내에서 보령해저터널이 처음이다.

대전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보령시 등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바닷속 수족관과 해양생물 등을 감각적이고 다채롭게 표현했다”며 “운전자들이 터널 안에서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은 보령 신흑동에서 원산도에 이르는 총연장 6.927㎞로, 국내 해저터널 중 가장 길다. 개통 초기에는 서해안 관광 허브로 기대가 컸지만 ‘최장 해저터널’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어 관광자원으로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통 초기 운전자들은 “호기심에 와봤는데 바닷속이라는 신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육지인지 바닷속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개선 여론이 제기되자 대전국토관리청은 지난해 경관조명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를 진행한 뒤 자치단체와 외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조명을 확정했다. 심사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터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경관조명은 해저터널 상·하행선에 각각 3구간씩 설치됐다. 상행선 원산도 방향 1구간은 빛LED(100m)와 고보조명(100m), 2구간은 프로젝트 빔 방식(300m), 3구간은 고보조명으로 꾸몄다. 특히 2구간 300m에는 고래·갈매기 등 해양생물을 빛으로 반사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고보조명은 벽면과 바닥·천정 등에 빛을 보내는 LED조명이다.

보령 방향 하행선 3개 구간에도 조명이 설치됐다. 4구간(300m)은 서해안 낙조와 보령시 상징인 동백꽃을 형상화한 LED조명으로 채웠다. 5구간(300m)과 6구간(150m)은 각각 LED조명과 라인LED로 커다란 갈매기 여러 마리가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경관조명을 접한 운전자들은 “긴 터널인데 지루하지 않았다. 한 구간을 지나면 다음에는 어떤 조명이 나올까 기대할 정도였다”며 “다른 육상 터널에도 이런 조명이 설치된다면 운전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