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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알아요, 맛있는 거봉 쏙쏙 골라내는 A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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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12일 경북 김천의 한 거봉 농가에서 직원이 당도를 확인하고 있다. 당도가 16브릭스 이상이라 수확이 가능하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 12일 경북 김천의 한 거봉 농가에서 직원이 당도를 확인하고 있다. 당도가 16브릭스 이상이라 수확이 가능하다. [사진 롯데마트]

12일 경북 김천에 있는 한 거봉 농가. 올해로 7년째 포도 농사를 짓는다는 이숙아(60)씨는 요즘 주문이 늘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샤인머스켓의 인기에 밀려 잠시 주춤했지만 당도와 산도가 적절히 섞인 거봉을 찾는 미식가가 늘고 있다”며 “특히 7월에는 그 오묘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거봉은 통상 8월이 수확철이지만 김천과 상주 일대에서는 비닐하우스 난방을 통해 수확 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겼다. 한 송이에 1만2000원이 넘는 거봉은 서울 강남 등 고소득층 주택가 인근 마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김천에서 약 4000㎡ 크기 거봉 밭을 운영하고 있는 도진홍(42)씨는 “충격에 약한 예민한 과일이라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전국 460여 개 매장에서 이달 6일부터 거봉을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당도와 산도를 가진 거봉 등급을 분류하는 게 특징이다. 거봉 등급은 특·상·보통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같은 날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한 포도 농가의 거봉 선별장. AI를 활용한 비파괴 당도·산도 선별기를 거친 거봉이 등급에 따라 다른 상자에 담기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같은 날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한 포도 농가의 거봉 선별장. AI를 활용한 비파괴 당도·산도 선별기를 거친 거봉이 등급에 따라 다른 상자에 담기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이날 충북 영천의 거봉 선별소를 가보니 제조업체 공장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고무로 제작한 특수 쟁반에 거봉을 올려두면 컨베이어 벨트가 근적외선 램프가 설치된 비파괴 당·산도 선별 기계까지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이어 모니터에 측정된 중량과 당도·산도가 표기됐고, 곧바로 등급별로 분류돼 종이 상자에 담겼다. 당도가 16브릭스 미만이거나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산도도 일정 범위 내에 들지 않으면 자동으로 라인에서 제외됐다.

이승한 롯데마트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사람이 컴퓨터를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고객 입맛에 맞는 최적의 당도와 산도를 찾아낸다”며 “프리트레이 비파괴 포도 당도 산도 선별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장비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함께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측은 사람이 일일이 휴대용 당도 측정기로 작업하는 것보다 분류 시간이 4~5배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최대 1만5000박스를 분류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부터 본격 출하되는 포도 생산량은 전년 대비 0.3% 줄어들 전망이다. 샤인머스캣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4%가량 늘어날 예정이나 캠벨얼리와 거봉은 출하량이 줄어 가격은 다소 오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면 당도가 낮아져 출하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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