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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안전부장 "스파이 침투 대비, 선제적으로 방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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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 국무원신문판공실 홈페이지

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 국무원신문판공실 홈페이지

천이신(陳一新·64) 중국 국가안전부장이 방첩 업무의 본질은 적대 세력의 침투와 정권의 전복 방지라며 선제적인 ‘적극 방어’를 촉구했다. 이달 1일 간첩 행위에 대한 범위와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신방첩법(반간첩법 수정안)이 발효된 지 약 2주 만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랜 측근인 천이신 부장은 지난 11일 발간한 중국공산당 정법위(사법·공안 총괄 기구) 이론지인 ‘민주와 법제’에 신방첩법 관련 기고문을 싣고 선제적인 방첩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방첩에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천 부장은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 등이 국가 안보 업무에 끼치는 전복적 특징을 파악하고, 과학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방첩 투쟁의 ‘위험’과 ‘어려움’에 대응하라”며 “과학기술의 운용을 업그레이드해 간첩을 적발하고 방지하며, 위험을 막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천 부장이 스파이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빅데이터·블록체인·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며, 예측불가능한 글로벌 환경으로 인해 더욱 엄격한 국가 안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천 부장은 신방첩법의 핵심이 집권 중국공산당의 정권 안보임을 강조했다. 그는 “방첩 공작은 본질에서 반(反) 침투, 반(反) 전복 투쟁이며 정권을 공고히 하고,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일”이라며 “강한 정치성을 갖추고 정치적 방향을 확고하게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스파이 적발을 위한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활동도 촉구했다. 천 부장은 “적극(積極) 방어 견지라는 중대 방침을 확실하게 장악하라”고 강조하면서다. 중국어로 ‘적극’은 선제적인 행동을 일컫는다. 그는 “방첩 공작의 핵심은 선제적인데 있다”며 “주도적이어야지 피동적이어서는 안되며, 효율적이어야지 맹목적으로 방첩 투쟁을 전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민주와 법치’ 7월호 표지.

‘민주와 법치’ 7월호 표지.

천이신 “대외선전 강화, 외부 환경 개선하라” 

한편 정법위 기관지 법치일보는 천 부장은 최근 내부 세미나에서 신방첩법의 학습과 선전 및 세부 집행에 능동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가안전부 간부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신시대 국가안보 대강당’ 활동에서 천 부장은 신방첩법의 선전을 강조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5대선전’을 심화하라”며 “책임선전, 진지선전, 매체선전, 인터넷선전, 대외선전을 강화해 여러 수단, 여러 형식을 운용해 외부 환경을 개선하고 국가 안보 법치의 긍정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라”고 강조했다. 신방첩법 시행 이후 거세지는 해외 비판 여론을 의식해 선전을 강화하라는 지침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방첩 기관에 권한 남용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증거의 수집·확정·사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직권을 넘어서나 남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이념을 수립하고 개인과 조직의 합법적 권익을 법에 따라 보장하라”라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간첩 혐의 수사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 국적의 청레이(成蕾·48) 전직 중국국제방송(CGTN) 유명 앵커는 지난 2020년 8월 ‘해외 불법 국가기밀 제공죄’로 방첩 당국에 체포된 지 1년 7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 재판을 받았지만 1년이 넘게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앞서 2019년 1월 호주 국적의 중국계 시사 평론가 양헝쥔(楊恒均·58, 본명 양쥔·楊軍) 광저우 공항에서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행적이 묘연하다.

2018년 12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華爲)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캐나다 국적의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후 약 3년 만인 2021년 8월 추방 형식으로 풀려났다. 미국 정부는 이달 중국의 신방첩법 시행에 앞서 외국 기업, 언론인, 학자, 특히 중국 현지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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