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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올스타’ 놓친 1997년 이승엽…감독님들 왕년의 올스타전은?

중앙일보

입력

삼성 이승엽이 2017년 7월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헌정 유니폼을 받은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이승엽 은퇴투어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제는 두산 사령탑이 된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올해 올스타전을 맞이한다. 연합뉴스

삼성 이승엽이 2017년 7월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헌정 유니폼을 받은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이승엽 은퇴투어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제는 두산 사령탑이 된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올해 올스타전을 맞이한다. 연합뉴스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이 14일과 15일 이틀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먼저 14일에는 장차 프로야구를 빛낼 샛별들이 퓨처스 올스타전을 치르고, 뒤이어 10개 구단 대표 거포들이 참가하는 홈런레이스가 펼쳐진다. 이튿날인 15일에는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의 올스타전을 비롯해 팬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번 올스타전에는 팬들과 동료들의 선택을 받은 프로야구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팬과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양현종(35·KIA 타이거즈)과 고우석(25·LG 트윈스), 노시환(23·한화 이글스), 김주원(21·NC 다이노스) 등 25명이 나눔 올스타로 뭉친다. 이와 맞서 양의지(36·두산 베어스)와 최정(36·SSG 랜더스), 구자욱(30·삼성 라이온즈),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 등 25명은 드림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뛴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춰야 나설 수 있는 올스타전. 그렇다면 프로야구 감독들의 현역 시절 별들의 잔치는 어땠을까. 현재 1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령탑 10인 가운데 올스타전을 수놓은 이는 모두 6명이다. 최고참 이강철(57) KT 감독을 비롯해 래리 서튼(53·미국) 롯데 감독, 김원형(51) SSG 감독, 김종국(50) KIA 감독, 이승엽(47) 두산 감독, 박진만(47) 삼성 감독이 별들의 잔치를 빛냈다. 올스타전 개막을 맞아 이들의 ‘왕년 활약상’을 되돌려봤다.

6명 중에서 가장 많이 올스타전을 누빈 사령탑은 역시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다. 모두 11차례로 선수 시절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이 감독은 “올스타전은 선수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릴 적 TV로만 보던 대선배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떨렸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트로피 수집가로 유명했다. 페넌트레이스 MVP와 한국시리즈 MVP는 물론 홈런과 타점, 득점 등 각종 트로피를 셀 수 없이 받았다. 그러나 올스타전 MVP인 ‘미스터 올스타’와는 유독 연이 없었다. 이 감독은 “1997년 올스타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로서 처음 나가기도 했고,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에서 열려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그러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 감독은 이어 “4-4로 맞선 7회말 한화 구대성(54) 선배님으로부터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당연히 MVP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9회 경기가 뒤집어졌다. 미스터 올스타도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친 LG 류지현(52) 선배님께 뺏겼다. 차도 없던 시절이라 부상으로 주는 중형 세단이 탐났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후 10차례나 더 올스타전을 뛴 국민타자는 2017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별들의 잔치에서 KBO리그 최초로 은퇴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선 두산 사령탑 자격으로 나서는 이 감독은 “올스타전은 선수들의 무대 아닌가. 나는 선수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만 하겠다”고 했다.

현대 시절의 래리 서튼 감독. 사진 현대 유니콘스

현대 시절의 래리 서튼 감독. 사진 현대 유니콘스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인 서튼 감독도 올스타전을 경험했다. 현대 유니콘즈 유니폼을 입고 홈런왕을 차지했던 2005년이었다. 당시 한 타석만 들어가서 무안타로 물러났던 서튼 감독은 “오래 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인천에서 열렸다는 정도만 떠오른다”고 했다. 대신 사령탑으로서 치러본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느낀 감동을 들려줬다. 서튼 감독은 “은퇴투어의 주인공이었던 이대호(41)의 눈물이 기억난다. 참 감동적이었다. 또, 롯데 소속 올스타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지금도 내 탁자 위를 지키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종국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국가대표 유격수다운 위상을 뽐냈다. 나란히 8차례나 별들의 잔치를 밟았다. 현역 시절 통산 홈런이 66개였던 김 감독은 21타석만 들어선 올스타전에선 두 번이나 담장을 넘겼다. 박 감독은 ‘국민유격수’라는 별명답게 실책이 한 차례도 없었다.

해태 시절의 이강철 감독. 안성식 기자

해태 시절의 이강철 감독. 안성식 기자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과 김원형 감독도 올스타전 경험이 적지 않다.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인 이 감독은 “나는 매번 감독 추천선수로 나갔다. 팬 투표 1위는 늘 선동열(60) 선배의 몫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4차례나 뽑혀 10년 연속 10승 투수다운 존재감을 증명했다.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3차례 출전 경력이 있는 김 감독도 이승엽 감독처럼 미스터 올스타를 아쉽게 놓쳤다. 1998년 광주 무등구장. 3-2로 앞선 5회 등판해 3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동군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올스타전치고는 많은 3이닝을 책임져 승리투수까지 됐다. 그러나 미스터 올스타는 4안타를 때려낸 롯데 박정태(54)에게 내줬다.

쌍방울 시절의 김원형 감독. 중앙포토

쌍방울 시절의 김원형 감독. 중앙포토

김 감독은 “그때는 사실 1이닝만 던지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아웃카운트 3개를 퍼펙트로 잡으니까 다음 이닝도 던지게 됐고, 같은 이유로 3이닝까지 막게 됐다”면서 “주위에서 ‘MVP를 타려면 이닝을 길게 던져야 된다’고 부추겼다. 나 역시도 욕심이 조금 났다. 그렇게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3이닝을 소화했는데 아쉽게 우수투수상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추억의 그날을 회상했다.

25년이 흘러 이제는 드림 올스타의 사령탑이 된 김 감독은 “내가 올스타전 감독이라는 사실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이다. 이벤트 경기이기는 하지만,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다”고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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