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조 티켓보다 싼 CGV주가…극장 구세주는 마동석 뒤 이것 [K엔터]

중앙일보

입력

K엔터

K엔터’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회사 주가가 조조 영화 티켓보다 싸다”

최근 CJ CGV(이하 CGV) 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반응이다. 지난달 20일 CGV가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뒤 1만4000원대였던 주가가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9000원대까지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조조 영화 티켓(평일 일반상영관 기준 1만원)보다 주가가 더 싸다.

CJ CGV는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CGV의 모습. 사진 뉴시스

CJ CGV는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CGV의 모습. 사진 뉴시스

15년 만에 1만원 밑돈 CGV 주가

영화상영업체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누적된 부채로 인한 재무 부담과 영화관 수요 정체 등 악재가 해소되지 못해서다. 업계 점유율 1위 CGV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CGV가 추진할 신규 유상증자 규모는 5700억원으로 시가총액 4480억원(11일 기준)을 웃도는데다, 기존 발행주식 수의 1.5배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한다. 이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지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CGV 주가는 종가 기준 8700원까지 떨어졌다. CGV 주가가 1만원을 밑도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경쟁업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두 업체의 모기업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부채비율은 각각 3475%, 1138%였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816%인 CGV보다 빚 부담이 크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자본 조달을 위한 선택지도 CGV보다 적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모기업들도 부채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팬데믹 기간 영업 부진을 2~3년 이내에 만회하지 못하면 긴급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중박’ 영화 사라진 극장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범죄도시3' 상영시간표가 나오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달 6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범죄도시3' 상영시간표가 나오고 있다. 사진 뉴스1

영화관이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발길이 뜸해져서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세에 접어든 서비스·관광업계와 달리 극장은 좀처럼 숨통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영화산업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약 2105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상반기의 1999만명보다는 증가했지만, 2019년 상반기의 5688만명과 비교하면 38%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그쳤다.

올해 개봉한 영화 흥행 부진도 영화관 수요 정체로 이어졌다. 12일 영화산업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수 100만명을 넘긴 영화는 11편이다. 최근 제작된 상업영화 중 손익분기점으로 통하는 300만명을 넘긴 작품은 5편(관객 수 순으로 ‘범죄도시3’,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 ‘엘리멘탈’)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편이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범죄도시3’를 제외하면 전부 해외 작품들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업계에서 영화관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 건 이른바 ‘중박’ 작품의 부재다. 관객 수 1000만명 이상을 기대하는 대작 영화 사이에 중소제작사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 중간 정도의 성공을 거두는 영화가 포진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영화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 중소영화사가 제작을 포기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등 업계 구조에 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중소제작사가 만든 관객 수 300만~500만명 영화가 대작 사이에 껴있어야 관객이 꾸준히 오면서 극장 산업이 유지되는데, 그런 영화가 다 망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관객 입장에선 높아진 티켓 가격도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되는 요인이다. 지난 3년 사이 티켓값이 4000~5000원 인상되면서 영화 관람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다. 지난 5월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가 20대부터 50대까지 4031명을 조사한 결과 ‘영화관에 안 간 지 6개월이 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38%였다. 전체 응답자 중 76%는 “티켓값을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수상영관·공간 다양화로 활로 찾는 업계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CGV에 설치된 방탄소년단(BTS) 포토존. 사진 뉴시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CGV에 설치된 방탄소년단(BTS) 포토존. 사진 뉴시스

상황이 악화하면서 영화상영업계도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더 큰 스크린과 실감 나는 음향 설비를 갖춘 특수상영관을 증설하거나 영화관을 콘서트장,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등 공간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보다 구매력이 높은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 실황 등을 상영하면서 관객을 유치하고 있다. CGV는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를 지난 2월 상영했다. 영화는 개봉 직전 예매율 50%를 달성하면서 이 기간 CGV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트로트 아이돌’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지난 3월 개봉해 56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냈다.

올해 하반기 한국영화 기대작. 왼쪽부터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의 포스터. 사진 각 배급사

올해 하반기 한국영화 기대작. 왼쪽부터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의 포스터. 사진 각 배급사

영화상영업계는 기대작이 몰려있는 올 하반기엔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 ‘밀수’, 이병헌·박서준 주연의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신과함께’ 시리즈를 만든 김용화 감독의 SF영화 ‘더 문’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등 할리우드 대작들도 대기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일 올해 상반기 영화상영업체 3사에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 등 국내외 주요 기대작들의 순차적 개봉에 힘입어 전반적인 영화 관람 수요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