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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시중은행 진입…공고한 금산분리 균열로 이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이 추진한 은행 과점 해소에 해묵은 금산(금융 및 산업) 분리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규제 수준이 이어지면 기존 체제를 흔들 ‘메기’의 등장이 어려워서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지난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지난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현재 6개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이 될 수 있는 은행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의결권 미행사 시 최대 10%)로 제한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고, DGB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78%), OK저축은행(8%) 등으로 은행법상 시중은행이 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제주은행도 지분 요건을 충족하는데, 모회사가 시중은행을 운영하는 만큼 전환 검토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4개 지방은행은 현재로선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이 불가능하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지분을 100% 가진 BNK금융지주의 경우 산업자본인 롯데그룹이 11.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JB금융지주가 100%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J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역시 산업자본인 삼양사로 14.14%의 지분을 보유했다. 모두 지분 한도(4%)를 훌쩍 넘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요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지분을 정리하면서까지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지방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금융당국이 허용키로 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도 금산분리 원칙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자본은 지방은행의 지분을 최대 15% 가질 수 있는데, 금융그룹 계열이 아닌 대다수 저축은행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은행 경쟁 유도뿐 아니라 금융과 비금융 간 간격이 허물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60년 넘게 이어진 금산분리 원칙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까지 올렸지만, 박근혜 정부는 다시 금융 규제를 강화하며 2013년에 한도를 4%로 돌려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대 변화에 맞춰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 정비 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와 함께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 보유 규제 완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최대 5%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한도를 15%로 늘려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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