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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정보로 전락하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1억 명을 코앞에 두고 있단다. 이 글이 올라갈 때쯤이면 1억 명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새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 이야기다. 메타(Meta)에서 만든 이 새로운 앱은 트위터의 얼굴과 인스타그램의 마음을 합한, 지금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다. 로그인하려면 반드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어야 하며 탈퇴하는 순간 인스타그램 계정도 없어진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용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실리콘밸리의 영혼이 느껴진다.

공개 전부터 스레드에서 수집하는 정보가 광범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약간의 파문이 일었지만, 이미 정보란 정보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탈탈 털어간 마당에 하나 더 털려봤자 어떻겠나 생각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괜한 저항감이 들어 몇 발짝 늦게 진입했더니 가입 순서대로 뜨는 가입 번호가 이미 4000만대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글을 쓰며 앱을 실험한다. 모두들 새로운 놀이터에 흥분한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 북카페

행복한 북카페

이것은 놀이터일까? 철학자 한병철은 쓴다. “휴대전화는 감시장치이자 예속장치로서 자유와 소통을 착취한다. 더 나아가 정보체제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지 않으며 자유롭다고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자유의 느낌이 지배를 확고히 한다. (…) 그들은 어떤 외적인 강제도 없이 내면에서 우러난 욕구에 따라 스스로 발가벗는다.”(『정보의 지배』, 2023) 소셜미디어상에서 우리는 하나의 값어치 있는 정보일 따름이다. 또한 우리는 그것에 아무런 거리낌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약간 자랑스러워 하는 낌새마저도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10년이 넘게 소셜미디어 속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데이터일 뿐이다. 막아야 하는가? 바꿔야 하는가? 오늘도 감시 자본주의에 제 발로 진입하며, 10년 뒤에 이 모든 것은 무엇이 되어 있을지 의아해한다. 그것을 걱정이라고 부를까, 기대라고 부를까.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