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US여자오픈 컷탈락 세 차례…왕언니 신지애 깜짝 준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35세의 나이에 US여자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신지애. 4년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AP=연합뉴스]

35세의 나이에 US여자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신지애. 4년 만에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AP=연합뉴스]

마지막 18번 홀에서 5m 버디 퍼트를 넣은 신지애(35)는 두 손을 치켜들며 기뻐했다. 1988년생인 신지애는 30대 중반의 베테랑이다. 그의 키는 1m55㎝에 불과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떠나 일본여자투어(JLPGA) 옮긴 지 벌써 10년째다.

신지애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제78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6언더파를 기록, 찰리 헐(영국)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우승은 합계 9언더파를 친 앨리슨 코푸즈(25·미국)가 차지했다. 코푸즈가 받은 우승상금은 약 26억6000만원, 신지애의 상금은 약 13억원이다. 코푸즈는 필리핀 출신 아버지와 한국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하와이에서 태어난 선수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부는 이 어려운 코스에서 신지애 언니가 미쳤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신지애보다 한 살 어린 미셸 위는 이 대회에서 2라운드 합계 14오버파를 기록한 끝에 컷 탈락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7오버파로 탈락했다. 김효주는 합계 2언더파 공동 6위에 올랐다.

신지애는 2008년과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다. 브리티시 여자 오픈은 자연과의 대화 혹은 대결로 불린다. 악천후와 맞서려면 정신력이 중요하다.

신지애는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다른 메이저 대회의 경우 대부분 코스는 길고 러프도 거칠다. 특히 US오픈이 그렇다. 신지애는 열아홉살이던 2007년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6위에 올랐지만, 2013년 이후 3번 출전한 대회에선 모두 컷 탈락했다. 마지막 US오픈 출전이 2019년이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공동 2위를 했다.

신지애는 …

◦ 생년월일 : 1988년 4월 28일
◦ 신장 : 1m55㎝
◦ 출신학교 : 함평골프고-연세대
◦ 우승 경력 : LPGA 투어 11승, JLPGA 투어 28승, KLPGA 투어 21승
◦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 237야드

LPGA 투어에서 뛸 때 신지애는 샷이 똑바로 나간다고 해서 ‘초크라인(chalk line:목수가 직선을 긋기 위해 쓰는 먹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신지애는 더욱 정확해져서 돌아왔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무려 85.7%, 그린 적중률도 72.2%나 됐다. 평균 퍼트 수는 27개를 기록했다.

US오픈은 코스를 아주 까다롭게 만드는 걸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신지애는 파 4홀에서는 파를 잡고, 파 5홀에서 세 번째 샷을 붙여 버디를 잡아내는 전략을 썼다. 출전 선수 평균보다 아이언으로는 3타, 퍼트로 3타 정도 이득을 봤다.

신지애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43야드, 평균 볼 스피드는 135마일 정도였다. 그러나 필요하면 힘을 쓸 줄도 안다. 신지애는 오르막인 11번 홀에서 볼 스피드 148마일을 기록했다. 바다 건너 샷을 해야 하는 8번 홀이 하이라이트였다. 신지애는 내리막 지형에서 198야드를 남겨놓고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페어웨이에 맞혀 그린에 올린 뒤 5m 퍼트를 넣었다.

신지애는 지난달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사연도 털어놨다. 신지애는 “2주일 전쯤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신 뒤 일본 투어에서 우승했다”고 했다. J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어스몬다민컵(총상금 3억엔·약 27억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유명한 페블비치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내가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할머니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신지애가 LPGA 투어를 떠나면서 세운 목표는 한국·미국에 이은 일본 투어 상금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6년과 2018년 JLPGA투어 상금 2위에 그쳤다. 올해 분위기는 좋다. 올 시즌 2승을 거둬 상금 1억1904만엔으로 상금 2위다. 아마시카 미유(1억2395만)를 간발의 차로 뒤쫓고 있다.

앨리슨 코푸즈는 …

앨리슨 코푸즈

앨리슨 코푸즈

◦ 생년월일 : 1998년 3월 20일
◦ 태생 : 미국 하와이주 카폴레이
◦ 신장 : 1m75㎝
◦ 출신교 : 푸나호우 스쿨-서던캘리포니아대
◦ 프로 데뷔 : 2022년 LPGA 투어
◦ 우승 경력 : 2023년 US여자오픈
◦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 252야드
◦ 특기사항 : 필리핀 출신 아버지, 한국 출신 어머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