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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애꿎은 주민만 황당해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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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와 군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강하IC'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와 군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강하IC'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장관 백지화 선언에 노선 변경 논란 확산

여야는 정쟁 멈추고, 정부는 최선 안 재추진해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을 놓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더 확산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7일 “최종 백지화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과 사전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책임과 인사 책임도 각오한 결단”이라고 했다. 하루 전 원 장관은 야당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제기에 선동의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 지역 숙원사업이다. 고속도로가 나면 1시간 반에서 2시간씩 걸리던 서울~양평 간 통행 시간이 15분대로 대폭 줄어든다. 주말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기에 군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자 황당해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휴일인 어제 민주당사를 찾아 “나들목(IC)이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가로막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도 사업 재개를 지속해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친 양서면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게 과연 특혜일 수 있느냐다. 야권은 대안 노선이 공개된 지난 5월 “정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고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강상면 종점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김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어 국토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대안 노선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강상면 종점이 IC가 아닌 분기점(JCT)이라 지가 상승에 영향이 없다는 국토부 설명에도 지근거리에 남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다는 맞주장도 편다.

그러나 현지에선 JCT 자체가 소음·분진으로 인한 민원 발생 대상이라 지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구나 민주당도 기존 노선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은 “2021년 5월 당시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당정 협의를 통해 예타안에 반대하면서 강하IC 설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때 안이나 지금 안이나 똑같다”고 맞섰다. 강하IC를 설치하려면 노선이 김 여사 가족 토지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근거 부족의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주무 장관이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말 한마디로 뒤집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특히 “(정부) 임기 끝까지 의혹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책임지고 손절하겠다”는 원 장관의 말은 민생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억측마저 부를 신중치 못한 언행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을 떠나 수도권 민생과 직결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적 계산을 멈추고, 정부는 최선의 안을 검토해 재추진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