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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前 간부, 뒷돈받고 '전세사기 건축왕' 주택 등 1800채 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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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검. 연합뉴스

인천지검. 연합뉴스

브로커에게서 뒷돈을 받고 임대주택 매입 사업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한 전직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부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브로커의 청탁·알선으로 LH는 이른바 ‘인천 깡통전세 사기 건축왕’의 오피스텔 등을 포함, 총 1800여채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지검 형사6부(부장 손상욱)는 뇌물과 업무상 배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위반 등 혐의로 전 LH 인천본부 임대주택 매입담당 부장 A씨(45)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또 A씨에게 뒷돈을 준 브로커 B씨(32)를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를 도운 다른 브로커 3명을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범죄 조직도. 자료 인천지검

범죄 조직도. 자료 인천지검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LH의 임대주택 매입 사업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B씨에게 35회에 걸쳐 8673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B씨에게 LH 인천본부의 감정평가 자료를 16차례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평가 총괄자료는 LH가 매입한 전체 임대주택의 현황·면적·가액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등을 종합한 자료로, 보안 1등급인 비공개 정보다. A씨는 매입 임대주택과 관련해 현장실사와 서류심사, 심의 등을 총괄해 주택 매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이를 감시할 만한 내부 체계는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문제가 불거지자 A씨를 파면했다고 한다.

B씨 등 브로커들은 미분양 주택을 처분하려는 건축주들에게 LH를 소개하는 대가로 2019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29차례에 걸쳐 99억4008만원의 알선료를 수수(84억8800만원)하거나 약속(14억5200만원)받은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LH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대가로 건축주에게 1건당 400만원에서 800만원의 알선료를 받았다. LH에서도 매도가액의 0.4%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았다.

B씨는 이렇게 번 돈을 유흥비로 쓰거나 고급 승용차 등 사치품 구매 등에 사용했고 부산에 있는 유흥주점도 인수했다. 검찰은 B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무자격 중개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A씨에게 청탁·알선해 LH 인천본부가 사들인 미분양 주택은 1800여채(약 3303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 주택 중에는 ‘인천 깡통전세 사기 건축왕’의 미분양 주택 165채(매입가 약 354억원)도 포함됐다.

인천 전세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이 지은 주택. 이 건물은 지난해 4월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돼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전세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이 지은 주택. 이 건물은 지난해 4월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돼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는 “LH에서 임대주택 매입 업무를 맡았던 A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운영하던 B씨의 공인중개법인에 1억109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지급해 LH에 손해를 가한 것을 확인하고, A씨와 B씨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했다”며 “B씨가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추징보전청구를 통해 재산 및 차명재산을 압류해 보전 조치하는 등 철저하게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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