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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설치는 열대야, 침대 누운채 20분간 잠 못 들면 해야할 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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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으로 늦은 밤까지 잠을 설치는 날이 늘고 있다. 올여름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한증막 열기 같은 습한 폭염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면서 수면의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서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진다. 최적의 수면 환경으로 열대야를 이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1) 자기 전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씻고

더위로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중심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우리 몸은 생체 시계의 영향으로 낮에는 체온이 오르고 밤에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수면 모드에 들어간다. 체온이 떨어져야 잠이 든다는 의미다. 그런데 폭염·열대야 등으로 외부 온도가 높으면 그만큼 우리 몸에서 중심 체온을 떨어뜨리기 어렵고, 더위가 각성 상태를 유발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이때 덥다고 잠자기 직전 찬물로 샤워하면 잠을 더 설친다.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재원 교수는 “샤워 직후엔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수축·확장하면서 중심 체온을 높인다. 결국 잠들기 더 어려워진다. 숙면을 위해서는 취침 90분 전에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몸을 씻으면 충분하다.

2) 에어컨 온도는 23~25도로 설정

날이 덥다고 밤새 에어컨을 켜두는 것도 깊은 잠을 방해한다. 개인 차는 있지만, 편안하게 잠을 자는 여름철 실내 온도는 23~25도 내외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깊은 잠이 든 새벽에는 체온이 더 떨어지는데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 기기를 밤새 가동하면 찬 바람에 추위를 느껴 잠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떨어진 체온은 잘 오르지 않아 다시 잠들기 어렵다. 잠자기 전 실내 온도를 낮춰두고 잠들고 2~3시간이 지난 후 꺼지도록 예약 설정해 둔다.

3) 주말 등 쉬는 날에도 평소처럼 일어나기

좋은 잠이 쌓이는 숙면 루틴의 핵심은 수면 리듬 지키기다. 주중·주말·연휴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한다. 대한수면학회 정유삼(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회장은 “밀린 잠을 잔다고 늦잠을 자면 수면 리듬이 깨져 그날 밤잠도 설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잠은 일찍 일어나야 일찍 잘 수 있다. 수면 호르몬은 일단 잠에서 깨면 적어도 15시간 이상 지나야 다시 분비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잘 시간이 됐는데도 졸리지 않는 패턴이 고착화될 수 있다. 아침잠을 깨기 힘들다면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이동해 햇빛 샤워를 하면 도움이 된다.

4) 적정 수면 시간 확보해 수면 빚 없애기

한국은 대표적은 수면 부족 국가다. 대개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늦은 밤까지 졸음을 참고 무엇인가를 한다. 연령·성별에 따라 적정 수면 시간은 다르지만, 대략 7~8시간이다. 전체 인구의 80%는 수면 시간이 6시간 반 이하면 졸리다고 느낀다. 신원철 교수는 “일어나야 하는 기상 시각을 중심으로 적정 수면 시간을 빼 자야 할 때를 정해두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5) 20분 이상 침대에 누워 있지 않기

잠은 졸릴 때 자야 맑은 정신으로 깬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억지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침대에 눈을 감고 계속 누워 있다고 잠이 오는 게 아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잠자리에 든 후 20분이 넘도록 잠이 들지 않는다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졸릴 때 다시 잠자리로 돌아간다. 잠자기 직전까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하고 간단한 글을 남기고 유튜브 영상을 보면 강렬한 빛인 블루라이트로 뇌를 각성시켜 오히려 잠을 깨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잘 분비된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적어도 9시부터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한다. 자기 전에는 뇌를 각성시키는 야식이나 술·담배 등도 삼간다.

6) 코골이 심하다면 양압기 치료 고려해야

코골이 등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 교정도 필요하다. 정유삼 회장은 “코를 곤다면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할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 코를 골다가 자다가 숨이 막혀 잠을 깨거나 얕은 잠을 자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수면무호흡은 고혈압·부정맥·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하고 혈압이 치솟는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면 코로 강한 압력의 공기를 넣어 기도를 열어주는 양압기 치료 등을 고려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수면 무호흡증으로 양압기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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