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일부 친박계 인사가 속속 활동을 재개하면서 여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4·10총선을 앞두고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과 만나 ‘보수 연합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승민·안철수·나경원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대연합군으로 총선을 치러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 전 부총리의 정계 복귀 소문이 무성하던 상황에서 이 만남으로 당내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달 20일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PERI)의 심포지엄을 대규모로 개최했다. 이 자리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뿐 아니라,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최상대 제2차관 등 현 기재부 차관들이 참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얼굴도 카메라에 잡혔다. 안 수석은 2021년 9월 출소한 뒤 지난해 2월 『안종범의 수첩』을 출간했다. 또 그해 5월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겠다며 PERI를 개원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달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그래도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당 지도부 인사는 “언론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근혜 정부 교육부총리를 지낸 황우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최근 당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당내 상임고문으로만 활동해오다 최근 당 ‘북한인권 및 탈·납북자 위원회’ 고문으로 합류했다. 황 전 부총리는 최근 국회방송 인터뷰에 잇따라 나서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인천 지역에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인천 연수에서만 내리 4선을 한 황 전 대표가 수도권 선거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친박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당내 시각은 엇갈린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이들의 정계복귀는) 국민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우리 당에서 공천은 물론, 당원권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의 대표를 중심으로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으면 자칫 다시 분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보수 정치가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에 ‘보수 대통합’ 관점에서 포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4일 라디오에서 “보수와 중도연합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 선거 승리에 필수”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도 “결국 정치는 사상보다는 사람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출마한다면 무소속보다는 우리 당 이름으로 출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의원은 “이준석·유승민·안철수 등 중도층 외연 확장이 있어야 한다면,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박계 인사의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은 대부분 당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이다. 최 전 부총리는 경북 경산(윤두현 의원)이 전 지역구이고, 우병우 전 수석의 고향도 경북 봉화(김형동 의원)다. 안종범 전 수석도 대구가 고향이다. 당내 핵심 인사는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에 (친박 인사가) 도전할 가능성이 높기에 당내 갈등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