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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가두고 드라이기 열 고문"…경남판 '더 글로리' 터진 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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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경남의 한 기숙형 대안고등학교에서 선배 학생 4명이 후배 신입생 1명을 몇 달 동안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둔기로 구타했다고 한다.

학교 폭력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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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로 때리고…얼굴 가래침 뱉어”

경찰은 후배 고교생을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때린 혐의(폭행 등)로 A고 2학년 B군(17)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중순쯤부터 약 두 달간 1학년 C군(16)을 별다른 이유 없이 욕하고 때린 혐의다. 가해 학생들은 죽도(竹刀)로 등 둔기로 B군을 때리거나, 다른 흉기로 위협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B군 등 선배 학생들은 기숙사 샤워실에서 C군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몸에 소변을 누거나 찬물을 끼얹는 등 가혹 행위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5월 말 C군 부모로부터 학교 폭력 신고를 접수했다. 앞서 지난달 12일·20일 두 차례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학폭위)에서 인정된 학폭 내용을 바탕으로, 가해 학생을 1차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폭 전수조사도 했지만, 추가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해 학생들이 일부 혐의를 부인해서 보강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했다.

학교 폭력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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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기 고문…용변 보는 모습도 촬영”

학폭위 조사 결과 B군 등 가해 학생은 C군 엄마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일명 ‘패드립(패밀리+드립)’도 했다. 또 C군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했고, C군이 쓰는 기숙사 방 침대에서 베개·이불에 특정 신체 부위를 비비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 학생이 심지어 기숙사 방 옷장에 피해 학생을 넣은 뒤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던 것도 학폭위에서 인정됐다. 기숙사 샤워실에서는 피해 학생이 숨도 못 쉴 정도로 머리와 몸에 샴푸칠과 비누칠을 한 가혹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학폭위는 학폭 가담 정도에 따라 가해 학생 4명에게 6~16일 출석 정지, 학급 교체, 학생·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보복행위 금지 등 처분을 내렸다. C군 엄마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학년도 다른데 학급교체가 무슨 소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숙사에서 주로 학폭…“철문 닫히면 지옥”

B군 등의 학폭 행위는 대부분 A고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A고에 따르면 전교생 130명이 모두 4층 규모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1·2층은 남학생, 3·4층은 여학생이 사용하며 4인 1실을 기준으로 선·후배가 함께 방을 쓴다. 피해 학생인 C군은 학기 초부터 2층에 살았으며, 가해 학생들도 같은 층에 방이 있었다. 가장 심하게 괴롭혔다는 선배 B군은 후배 C군과 같은 방을 썼다.

기숙사에는 학생을 관리하는 사감이 있었지만, 철로 된 기숙사 방문은 문을 닫으면 방 안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사감이 복도에서 순찰하지만, 학폭 행위를 알지 못했다.

학교 폭력 이미지. [중앙일보]

학교 폭력 이미지. [중앙일보]

A고 교장은 “이런 일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숙사는 학년별로 방 배정을 새로 했다. 이어 기숙사 철문에 유리창을 설치해 내부를 볼 수 있게 하거나, 야간 당직 선생님을 추가 채용해 기숙사 관리를 보강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밝았던 아이…두 달 만에 정신과 치료”

C군은 올 3월 A고에 입학한 뒤 학급 반장을 맡을 정도로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4월부터 C군은 엄마에게 “우울하다”“반장도 하기 싫다”며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그러다 다음 달인 5월 21일 C군은 기숙사에서 짐을 싸 학교를 떠났다. 이보다 사흘 전인 19일 엄마에게 전화한 C군은 “엄마 희망을 줘. 엄마 아빠 옆에 있고 싶다”며 “전학 좀 보내달라”고 힘없이 말했다고 한다. C군 엄마는 귀가한 아들로부터 학폭 피해를 듣고, 학교와 경찰에 알렸다.

C군 엄마는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 생활을 위한 기숙사가 실은 ‘무법천지’였다”며 “아들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등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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