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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4000만명이 불편…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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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천경숙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

천경숙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

최근 주변의 어머니들 모임에 나가보면 가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래서일까? 사고나 질병을 겪었을 때 실손보험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4000만 명에 달하고, 연간 청구 건은 1억 건이 넘는다고 한다. 명실공히 제2의 국민건강보험, 국민보험으로 불릴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서류 준비를 위한 잦은 병원 방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됐음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의료기관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 부처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아직 그 지난한 논의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실손 청구 불편 해소를 위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해당 법안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실손보험에 대한 국민적 불편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실손 청구 전산화가 이루어질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병원 방문에 대한 번거로움과 불편이 해소될 것이며, 의료기관 또한 종이서류 발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보험사도 디지털화에 따른 진료비 영수증 등에 대한 수기 입력  부담도 경감될 수 있어 소비자와 의료계, 보험업계가 모두에게 도움되는 상생방안이 아닐까 싶다.

일각에서는 반대 입장도 있다. 의료정보를 민영보험사에서 무분별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공적 성격의 중계기관이 환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과 보험사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만 한다면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사설 업체보다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개인정보의 유출·남용 등이 우려된다면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위반시 제재 장치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오랫동안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으나,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 왔고 진통 끝에 실손보험 청구 불편 해소를 위한 법제화 기회가 어렵게 마련됐다. 오피니언 리더인 의료계에서 이제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의료 소비자를 위한 양질의 편리한 서비스 마련에 동참해주길 우리는 모두 바라고 있다.

이제는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관점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편의성 제고를 위한 진정한 민생법안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통한 편리한 금융생활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본다.

천경숙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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