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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의 국제재판과 WTO 승소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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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양희철 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양희철 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법학자 전용어였던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와 잠정조치,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용어에 대한 익숙함과 달리 때론 오류와 오역이 사실인 양 퍼지기도 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제소와 WTO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ITLOS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UNCLOS가 부여한 환경보호와 주변국과 협력의무 위반을 따지는 절차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은 ITLOS가 아닌 중재재판소가 담당한다. 협약은 당사국에 해양분쟁을 다룰 재판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선택하지 않으면 중재재판소로 자동 회부된다. 그런데 중재재판소 재판관 구성은 시간이 걸린다. 최종 판결 전에 일본의 행동을 저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잠정조치다. 잠정조치를 판단할 재판소는 관계국이 2주 이내에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안되면 ITLOS가 잠정조치를 판단한다. ITLOS가 개입되는 것은 이때뿐이다. 그러나 제소나 잠정조치 청구가 절차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 소의 청구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감정에 휘둘려서 제소만을 서두르기보다 소의 이익에 대하여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두 번째는 위의 중재재판소에 제소하지 않으면 우리가 WTO에서 승소했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WTO의 다툼 대상은 우리의 수입규제 조치가 SPS협정(위생 및 식물위생조치 적용 협정)에 부합하는가였다. 중재재판과는 소의 이익과 다툼 대상이 전혀 다르다. 당연히 두 소송 결과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논리적 모순도 있다. 이 주장은 중재재판소에서 완벽하게 승소하지 않는 한 어떤 선택이든 우리 입장은 약화된다는 의미와 같다. 우리는 이미 2019년 WTO 상소기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상소기구 결정은 최종판결이며, 같은 사건에 같은 협정(SPS) 동일조항을 근거로 다시 제소할 수 없다. 물론 일본이 새로운 사실을 근거로 소를 제기하는 것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일본이 IAEA 보고서를 근거로 WTO에 다시 제소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산물 위험성이 치유됐다는 과학적 입증이 없다면 우리가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이유가 없다.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이다 보니 다양한 의견 분출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정보의 오류가 지속되면 사실은 왜곡되고 합리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 정확한 정보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수산물 안전과 함께 어업인 생존권을 챙겨야 할 때다.

양희철 소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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