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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탈옥 도운 친누나 구속영장…친누나 측 “돈 줬지만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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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주범으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탈옥 계획이 드러나며, 조력 의혹을 받는 친누나 김모(51)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5일 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으로 김 전 회장의 친누나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도주원조죄는 구금된 사람의 도주를 도왔을 때 성립하는 죄로, 검찰은 김씨가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에 동참해 돕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9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검찰 호송차로 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나운채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9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검찰 호송차로 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나운채 기자

‘탈주 플랜’만 3번째…지도 그리며 본격 탈옥 준비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나 법원 재판 일정으로 구치소 밖으로 나갈 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차량을 이용한 탈옥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검찰은 그가 검찰청 약도를 그리고, 탈출 경로를 표시한 메모 등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곁눈질 등으로 남부지검 구치감(검찰청 내 임시 수용시설)의 비밀번호도 파악하려 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가 법원에서 탈옥을 실행할 경우엔 방청석에 조력자들을 앉혀 소란을 일으킨 뒤 빠져나갈 계획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전 회장은 수감 중인 남부구치소에서 탈옥을 진행할 내·외부 조력자를 찾았다. 누나 김씨는 이 과정에서 외부 조력자에게 착수금조로 1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은 함께 탈옥을 모의하던 동료 수감자이자 폭력단체 조직원 A씨의 변심으로 탄로 났다. 당초 김 전 회장은 그에게 “탈옥에 성공하면 수십억원을 벌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이 수감자가 다시 구치소 외부의 지인을 탈옥 계획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누나 김씨가 실제로 돈을 전달하자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그는 지인에게 검찰 신고를 부탁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20년 4월 오전 경기 수원 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20년 4월 오전 경기 수원 남부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 전 회장은 앞서 2019년 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실질심사를 피해 5개월간 도주하다 붙잡혔다. 구속기소 된 후엔 법원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조건을 달아 보석으로 풀어주자 다시 지난해 11월 1심 결심 공판 당일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선고를 불과 두 시간여 앞두고 도망친 그는 결국 48일 만인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 한 아파트에서 붙잡혔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올해 2월 1심에서 1258억원대 횡령·사기 혐의로 징역 30년과 추징금 769억원을 선고받았다.

친누나 김씨 “돈은 용처 모르고 전달한 것”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석하는 김 전 회장.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석하는 김 전 회장. 연합뉴스

친누나 김씨는 김 전 회장의 탈출 계획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회장의 도주 계획에 대해선 일절 들은 바가 없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1000만원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후 김 전 회장과의 접견 당시 “수상한 일을 꾸미는 것 같아 지난달 중순부터는 접견도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는 이미 김 전 회장이 도주하도록 도운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애인과 김 전 회장의 여자 친구로 하여금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돕게 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올해 초 귀국해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과거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추가했다. 그의 애인은 지난 2월 범인도피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법‧교정 당국 모두 “황당한 계획”

지난해 11월 해양경찰 정보외사과 직원들이 어선 및 예인선에 대해 불시검문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해 11월 해양경찰 정보외사과 직원들이 어선 및 예인선에 대해 불시검문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에 대해 출정과 근무 경력이 있는 교정 당국 관계자는 “(법정에서의 탈옥은) 가능성이 작아 시도하는 걸 본 적조차 없다”며 “특히 언론 등의 관심이 많은 요시찰대상은 출정 경계감호인력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공판은 법무부와 검찰의 요청으로 교도관 등 경비 인력이 대폭 강화됐다. 사복 경찰 여러 명, 교도관 등 20여명, 법원보안관리 대원 10여명이 배치됐다. 일반적으로는 교도관 2~3명, 법원 보안팀 1명이 동원된다.

한 현직 판사는 “법원에 도착해 화장실로 숨거나, 잠시 모친과 인사만 한다며 접근한 뒤 달아나는 등 법원에서의 도주 시도가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호송 인력과 법원 관리 인력, 차량 차단기까지 모두 뚫고 나간다 한들 수많은 CCTV로 추적되는 서울 한복판에서 어디로 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법원 내 피고인 탈주가 발생할 경우 무전을 통해 즉시 전직원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출입문을 즉각 조작해 차량 도주를 원천 차단한다. 또 출입문, 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즉각 대응에 나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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