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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공영방송 개혁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영방송(KBSㆍE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하는 방안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5일 의결했다. 대통령실이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 만이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된다.

수신료 분리징수안 통과…7월 시행 유력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뉴스1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뉴스1

방통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을 수정하는 원포인트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현행 조문에서 ‘행할 수 있다’는 문구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꾼 것이다. 현재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 통합 징수되고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분리돼 따로 고지, 징수해야 한다.

방통위는 “지금까지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국민이 납부 의무 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돼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대통령실이 지난달 5일 권고한 사안인 만큼 이달 중 시행이 유력하다. 다만 실제 분리징수 시기는 개정안 시행보다 더 걸릴 전망이다. 분리징수 이행 방안을 현재 KBS와 수탁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전력이 협의해 정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사무처는 “이행 시기를 특정하기보다, 개정안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되 KBS와 수탁자가 이행방안을 협의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재·이상인 찬성, 野추천 김현 퇴장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의 KBS 시행령 입법예고 절차와 관련한 이의제기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의 KBS 시행령 입법예고 절차와 관련한 이의제기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안은 현 여권 추천 인사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 두 사람이 찬성해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의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 전 자진 퇴장했다. 그는 “방통위원 2인 결원 상태에서 KBS의 가장 중요한 재원 조달 방법을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할 수 없다. 오늘 의결은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총 5명 체제로 운영되는데, 현재 면직된 한상혁 전 위원장과 야당 추천 몫 인사 등 2명이 빠져 현재 의결권이 있는 인사는 총 3명이다. 관련 법에 따라 방통위 전체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거나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 소집이 가능하고,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해 이번 개정안 처리의 의결정족수 문제는 없다는 게 방통위 사무처의 해석이다.

KBS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단기적 극약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달라”며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을 정부 당국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KBS는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與 "공영방송 개혁 신호탄"…野 "언론탄압"

6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 수신료 분리 징수와 김의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6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 수신료 분리 징수와 김의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선 “KBS 수신료 분리징수 안 통과가 공영방송 개혁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은 그간 KBS에 대해 ▶보도 공정성 저하 ▶경영진의 방만 경영 ▶특정 정치 진영의 나팔수 전락 ▶콘텐트 경쟁력 및 차별성 저하 등을 거론하며 고강도의 자구책 마련을 압박해왔다. 지난 3일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KBS 2TV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당장 이날 의결을 앞두고 김효재 직무대행은 KBS의 방만 경영을 질타했다. 그는 “수신료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염치는 있는지 국민이 묻고 있는 것”이라며 “공공자산 전파를 구성원 이익 극대화에 사용하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사로 인식됐다. 언제부터 어떻게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이 손잡은 ‘언론장악저지 야 4당 공동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의 ‘반쪽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허무는 데 앞장섰다”고 성토했다. 또한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방통위를 항의 방문해 “방통위는 졸속 시행령 개정, 불법 방송장악을 즉시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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