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철근 절반 빠져있었다" 총체적 부실 드러난 검단 주차장 붕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월 29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하 주차장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4월 29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하 주차장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지난 4월 29일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감리·시공 등 사업 진행 과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은 부실 공사에 대한 책임으로 17개 동, 1666가구 규모인 사고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와 특별점검단의 현장점검 결과를 5일 공개했다. 공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했고,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사조위는 설계과정에서 상부 철근과 하부 철근을 연결해주는 전단보강근이 빠진 데다 시공 시 일부 구간에서 전단보강근의 설치가 누락되면서 하중을 감당할 힘이 부족해졌고, 이후 지하주차장 상부를 흙으로 덮는 조경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하중에 의해 붕괴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붕괴 구간 콘크리트의 품질 저하도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봤다. 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보다 낮은 수준(16.9MPa)으로 측정됐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됐다”며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이며,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조위는 설계·감리·시공·시행 주체 모두 이번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설계사는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개소)에 철근(전단보강근)이 필요한데, 기둥 15개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감리는 설계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 국토부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 국토부

사조위는 시공사가 설계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배근상세도 작성과정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에 대한 확인 역시 부족했다고 봤다. 또한 시공과정에서 설계도면에 나타나 있는 전단보강근 설치를 일부 누락했고, 콘크리트 강도부족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던 것도 시공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조위가 기둥 32곳 중 붕괴해 확인이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에 있는 철근이 시공 과정에서 절반 가량 빠진 것이다.

사조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의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창 설계도서상 전단보강근 미적용 위치. 국토부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창 설계도서상 전단보강근 미적용 위치. 국토부

그동안 이번 사고의 설계 책임을 두고 발주청인 LH와 시공사 GS건설은 입장 차를 보였다. GS건설은 사고 직후 “설계와 다른 시공이 있었다”며 사과하면서도 “시공사가 설계 구조계산을 직접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LH는 이번 사업이 시공책임형CM(건설사업관리) 방식으로 진행돼 설계 단계부터 시공사가 관여했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날 사조위는 설계 과정에서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는 설계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발주처인 LH 역시 설계서 검토 및 승인 과정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날 특별점검단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점검단은 ▶정기 안전점검 미실시 등 안전관리 미흡 ▶품질관리 미흡 ▶구조계산서와 설계도면의 불일치, 설계와 다른 시공 등 설계·시공·감리 단계의 미흡 등을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시공·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파트의 지상부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GS건설 역시 사과문을 내고 “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의 이 현장 도급금액은 2400억원(부가세 포함)이며, 현재 공정률은 67%다.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에 철거비, 보상비 등이 더해지면 GS건설의 손실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공사인 GS건설이 건설 중인 다른 아파트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공사 중인 83개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 실시 중이지만, 원희룡 장관은 “GS건설의 자체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국토부 차원의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와 GS건설의 현장 확인점검 결과 및 특별점검에 따른 처분사항은 8월 중순에 발표하겠다”며 “특별점검 시 지적내용과 사조위에서 규명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