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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사치다"…골프장 10곳 홀마다 묘목 심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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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나바라 지방 팜플로나 인근의 한 골프장에 심어진 묘목.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나바라 지방 팜플로나 인근의 한 골프장에 심어진 묘목. AFP=연합뉴스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는 스페인에서 기후행동가들이 골프장 10곳의 홀을 흙으로 메웠다. 골프장들이 물을 낭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기후행동단체 XR(Extinction Rebellion·멸종반란) 회원들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바스크 지방, 나바라, 이비자 등 지역 골프장을 찾아 홀을 흙으로 메우는 캠페인을 벌였다며 지난 2일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회원들은 골프장 홀 안에 묘목을 심고 흙으로 덮었다. 그 옆에는 '가뭄 경고. 기후 정의를 위해 골프장을 폐쇄함'이라는 푯말을 꽂았다.

골프장 홀 안에 묘목을 심고 푯말을 꽂은 XR 회원들. 사진 XR 트위터 캡처

골프장 홀 안에 묘목을 심고 푯말을 꽂은 XR 회원들. 사진 XR 트위터 캡처

XR은 성명에서 "스페인이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들이 물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탄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스페인의 골프장들이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1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두 도시의 물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페인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고 농가에서는 농작물을 키울 물조차 부족해 손해를 입고 있다. 이는 스페인 인구의 0.6%에 불과한 엘리트 계층이 즐기는 여가생활 때문"이라며 "그들의 여가활동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사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키자라 저수지. 가뭄으로 쩍쩍 갈라졌다. 신화통신

지난해 8월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키자라 저수지. 가뭄으로 쩍쩍 갈라졌다. 신화통신

스페인은 지난해 1월부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강수량이 적은 일부 지역의 가뭄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월엔 기록적으로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가뭄이 더 악화됐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농민과 일반 시민들이 가뭄에 대처할 수 있도록 22억 유로(약 3조1111억원) 규모의 재정 지출 계획을 승인했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부 장관은 "스페인은 가뭄에 익숙한 나라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가뭄을 자주 겪고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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