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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노출 많다" 급변경…논란 키운 네이버뉴스 알고리즘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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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네이버 뉴스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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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의 외주인가, ‘판단’의 외주인가.
네이버 뉴스가 검색·편집 알고리즘에 특정 언론사를 우대 혹은 배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공세이지만, 네이버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알고리즘 검증 자문기구인 ‘알고리즘 검증위원회(이하 알검위)’가 기사를 노출하는 ‘과정의 평등’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최근 논란은 지난달 30일 TV조선이 ‘네이버가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해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사의 순위를 낮추고 MBC 등의 순위를 올렸다’라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2021년 민주당과 MBC(스트레이트)가 “네이버 알고리즘이 보수 언론사를 선호한다”고 주장하자, 네이버가 정권 입맛에 맞게 알고리즘을 바꿨다는 것.

네이버는 “언론사 인기도는 검색 품질 개선을 위해 사이트 인용도를 반영한 것이고, 알고리즘의 20여 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가 부당한 차별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다음 뉴스도 AI로 편집하지만, 알고리즘이 언론사를 감안하지 않는다”라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그때 그때 다른 알검위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알검위다. 네이버는 알고리즘에 언론사 인기도를 반영하고(2019년), 이후 수정한 것(2021년)은 모두 알검위 지적·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2017년 뉴스 편집에 전면 인공지능(AI)을 도입했고, 2018년 1차 알검위를 출범했다. 이후 2021년 8월엔 2차 알검위가, 지난달 29일엔 3차 알검위를 발족했다. 그런데 알검위 운영 방식과 목적은 매번 달라졌다.

첫째, 운영의 일관성이 없다. 
1차 알검위는 11명, 2차는 13명, 3차는 6명으로 규모가 매번 달랐다. 위원(교수)들의 전공 비율도 제각각이다. 1차 때는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가 6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2차 알검위는 언론학 교수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박성중(국민의힘) 의원은 “1,2차 알검위 언론학 교수 중 6인은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고대영(KBS), 김장겸(MBC) 사장 퇴진 운동에 가담한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성명서를 확인해보니 1차 알검위 중 2명, 2차에서는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3차 알검위는 6명 전원이 컴퓨터공학과 교수다. 네이버는 “1,2차 때는 알고리즘 설계 과정을 살폈고 3차 때는 상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둘째, 활동의 일관성도 없다.
1차 알검위는 주로 알고리즘 자체의 중립성을 판단해 발표했다. 그런데 언론학 교수 비중이 늘어난 2차 알검위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방향’을 제시했다.

1차 알검위는 “생소한 언론사가 (검색 결과에) 자주 노출된다”며 출처 신뢰도를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2차 알검위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온라인 이슈 대응 역량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대체로 보수 성향이며, 특정 성향 언론사 노출 비중이 높을 수 있다”며 “뉴스 생산자들의 온라인 대응과 역량에 의한 결과적인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했다. 뉴스 검색에 보수 언론사 기사가 많이 노출되는 건 언론사 역량 영향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인위적인 조정’을 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1차 알검위원은 “(2차 때는) 위원회의 검토 방향과 내용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알검위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방향을 정할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치권의 위원 추천도 받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대내외 지적을 경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솝 우화 ‘당나귀와 부자(父子)’에는 지적받을 때마다 당나귀를 아버지가 탔다 아들이 탔다 갈팡질팡하다, 급기야 당나귀를 사람이 떠메고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 형편이 이렇다. 언론학자를 늘렸다 줄였다, 알고리즘 ‘객관성’을 검증했다가 ‘결과의 평등’을 검증했다가, 일관성 없이 간다면 결과는 강물에 빠진 당나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