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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들 ‘인플레 파이터’ 넘어 ‘기후위기 파이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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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여름 7년 만의 ‘수퍼 엘니뇨’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녹색기업이 원활하게 자금 지원을 받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주요 골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따라 기업에 대출 등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 ‘KTSS’를 올해 안에 개발하기로 했다. K-택소노미란 국내 기업의 어떤 활동이 친환경적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환경부과 금융위원회가 공동개발한 지침서로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지주 등 10개 금융사와 KTSS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하고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김성주 금감원 지속가능금융팀장은 “8~9월쯤 KTSS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기업이 ‘녹색 대출’을 받으러 오면 금융사가 이 기준에 따라 대출 여부를 심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활용해 중소기업에 ‘녹색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소기업들이 친환경으로의 공정전환을 순조롭게 이루지 못할 경우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된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관련 규제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녹색금융 지원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기후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은 녹색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일본·싱가포르 중앙은행은 기후 관련 여신(대출)제도를 구축했다. 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은 자산운용 때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반영을 확대했다.

이처럼 주요 중앙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는 최근 잇따른 ‘수퍼 엘니뇨’에 따른 가격 불안과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다. 역대급 폭염·장마 등이 장기화화면서 이에 따른 경제 파장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기후재해로 5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는 3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국이 펼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자는 측면도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강도 높은 기후정책(지구 온도 1.5°C 억제)을 펼 경우 2050년 고탄소산업의 부도율은 최대 18.8%포인트 상승하고, 주가는 53.7%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금융자산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국내은행의 고탄소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규모는 2020년 12월 기준 240조원으로, 전체(1456조원)의 16.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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