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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종전여론 급증했지만 푸틴 지지율 굳건..."분열상 뚜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이후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 지지 여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핵심 권력층 내부의 분열상은 더욱 뚜렷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반란 이후인 지난 28일 러시아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를 찾아 자신을 둘러싼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한 소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반란 이후인 지난 28일 러시아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를 찾아 자신을 둘러싼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한 소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란 이후 종전 여론 커져 

지난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는 러시아 전역의 성인 1634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22~28일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킨 지난 23일과 시점이 겹친다.

이 조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한 달 전 45%에서 8%포인트 증가한 53%를 기록했다. 반면 전쟁 지속을 찬성하는 응답률은 39%로 한 달 전 48%에서 9%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무장반란을 주도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이번 무장반란을 주도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데니스 볼코프 레바다센터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반란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는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 능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커졌다"며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에서 평화협상 지지 여론은 전쟁이 자국에 끼치는 영향이나 전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발표 직후 최고조에 달했고, 지난달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전과를 올리자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를 떠날 때까지 러시아와의 대화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푸틴 지지율 80% 유지...시민들과 셀카까지  

종전 여론은 높아졌지만, 80% 안팎인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장반란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바다센터의 이번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81%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반면 이번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의 반란 직후 지지율은 29%로 일주일 전 60%와 비교해 곤두박질쳤다고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가 보도했다.

28일 데르벤트를 찾은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28일 데르벤트를 찾은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평화적인 해결책과 러시아 국민들의 단결이 내전을 막았으며, 프리고진은 국가의 안정을 위협했다'는 크렘린궁의 메시지가 러시아 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시민들과 직접 접촉에 나서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반란 이후인 지난 28일 러시아 남서부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를 찾아 자신을 둘러싼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한 소녀의 이마엔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까지 코로나19 감염 예방 등을 위해 폐쇄적인 행보를 보여왔었다.

FT는 이를 두고 "무장반란으로 권위가 흔들린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여전히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해석했다.

"푸틴 통제력에 의구심"...CIA국장 "러 정보원 모집 기회"  

이처럼 푸틴 대통령은 반란 사태 뒷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핵심 권력층 내부의 분열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직을 색출해내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리고진과 대립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크렘린궁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대규모 조사가 시작돼 프리고진, 바그너그룹과 접촉한 모든 장성과 장교가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쇼이구 장관의 측근들을 겨냥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반란으로 쇼이구 장관 등 푸틴 대통령 측근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최고 권력층 내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정·재계 엘리트 사이에선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싱크탱크 케넌 연구소의 옥사나 안토넨코 연구원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푸틴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 아니라 푸틴의 통치 체계가 지속적으로 퇴락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 AFP=연합뉴스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 AFP=연합뉴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일 "전쟁에 대한 불만은 러시아의 리더십을 지속해서 갉아먹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정보원을 모집할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공개로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만나 미국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 3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모디 총리가 이번 무장반란에 대한 러시아 지도부의 단호한 조치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인도 정부는 성명을 통해 "(모디)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상황을 논의하면서 대화와 외교를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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