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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부처별 예산 다시 짜라” 퇴짜…내년 예산 660조원대 전망

중앙일보

입력

내년 정부 예산 총지출이 660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대비 지출 증가율을 최대 5% 이하로 낮출 예정이라서다. 다만 10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변수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정부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을 소집해 “3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다시 짜 달라”고 주문했다. 각 부처는 매년 5월 말까지 다음 해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한다. 기재부가 부처 안을 조정해 8월 말 또는 9초에 다음 해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식이다. 올해 부처별로 제출한 예산안을 다시 짜 달라고 ‘퇴짜’를 놓으며 예산안을 더 줄여야 한다고 ‘다이어트’ 지침을 내린 셈이다.

배경은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을 해야 한다”며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현 정부 ‘건전 재정’ 기조를 재차 강조하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 재검토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통령 발언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세 수입(세수) 감소를 고려할 때 예산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 기업 실적 둔화로 올해는 물론 내년 법인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등 자산 시장 침체 여파로 소득세 수입도 불투명하다. 올해 1∼5월 세수는 16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조4000억원 줄었다. 세수 진도율(세수 목표 대비 실제 걷은 세금 비율)은 40%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기재부가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내년 예산 규모는 660조 원대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대비 5.1% 증가한 올해 예산 지출(638조7000억원)을 내년에 4%대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4%대 증가는 2016년(2.9%), 2017년(3.6%)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2018~2022년) 예산 지출 증가율(7~9%대)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현 정부 5년간 예산 총지출 평균 증가율은 4.6%이다. 내년은 4.8%로 책정했다. 매년 지출의 10조~12조원 안팎을 구조조정을 하는데,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는 24조원을 구조조정했다.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장윤정 기재부 예산총괄과장은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과 관련해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책 목표가 불투명하고, 효과성·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등 강력한 건전 재정 기조하에 내년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지출 다이어트’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하에 예산안을 내더라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불어날 수 있어서다. 야당은 3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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