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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잘 즐겼는데 복통·구토…계곡물 담가놓은 수박의 배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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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물놀이 건강수칙

계곡 물살 센 곳 가급적 피하고
바다 거센 파도 땐 깊이 잠수를
워터파크선 눈·피부 염증 주의

물놀이 시즌이 다가왔다. 여름 휴가철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놀이가 가능한 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 흔히 계곡과 바닷가, 워터파크를 피서지로 염두에 둔다. 물놀이를 즐길 때도 건강관리에 소홀해선 안 된다. 물놀이를 통해 세균·바이러스 감염과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보단 위험 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물놀이할 땐 장소마다 살펴야 할 점이 다르다. 물놀이 장소별로 유의해야 할 건강수칙을 확인해 건강한 여름을 나자.

계곡
기생충·대장균 감염 조심
물이 흐르는 계곡은 예상치 못한 함정이 도사린 곳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작정 계곡물에 들어가면 안전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물이 깊지 않아도 물살이 세서 순식간에 떠내려갈 수 있다. 미리 수심과 지형, 수온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간혹 과일이나 채소 등 음식물을 계곡물에 씻거나 담가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계곡물은 겉으로 봤을 땐 맑고 깨끗해 보여도 알고 보면 몸에 해로운 각종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야생동물의 분변에 오염돼 기생충과 대장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한 균에 감염되면 복통이나 설사,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복막염이나 방광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소량의 계곡물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계곡물 속에 숨어 있는 돌과 바위도 위험 요인이다. 미끄러운 돌을 밟아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특히 수심이 깊은 곳에서 물놀이를 즐길 경우 날카로운 돌과 유리 조각이 많아 상처가 생기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쿠아슈즈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물놀이 도중 눈앞에서 신발이 떠내려간다 해도 찾겠다고 함부로 덤벼들어선 안 된다. 계곡에선 혹시 모를 급류 사고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가급적 수심이 얕은 곳에서만 물놀이하는 게 안전하다. 물놀이하다 상처가 났다면 흐르는 수돗물로 환부를 세척한 다음 비눗물로 씻어낸다. 상처 부위를 밴드나 거즈로 계속 덮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무더운 날씨 탓에 박테리아 증식이 활발해지면 상처가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욕장
파도·해파리·자외선 주의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바닷가는 휴가철 인파가 넘치는 물놀이 장소다. 그만큼 안전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서는 머리를 수면 위로 내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위험 요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는 깊이 잠수하는 게 안전하다. 파도에 휩싸였을 땐 파도에 몸을 맡기고 숨을 참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물 위로 떠오른다. 파도에 대항하지 말고 비스듬히 헤엄쳐 육지로 향하면 된다. 바다의 무법자로 불리는 해파리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해파리에 쏘일 경우 가려움증과 붉은 발진이 생긴다. 상처 부위는 최대한 만지지 않아야 한다. 해파리에게 쏘였을 땐 즉시 물 밖으로 나와 바닷물로 피부를 씻어낸다. 응급처치 후에도 상처 부위에 통증이 지속할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게 현명하다.

해수욕을 즐길 땐 자외선 차단에도 신경 써야 한다. 7~8월 무더위엔 바다에서 햇빛에 30분만 노출돼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피부 염증 반응을 일으켜 햇빛으로 인한 화상(일광화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흔히 피부가 따갑거나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해당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물집이 생길 수도 있다. 드물게 발열·오한·메스꺼움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해수욕을 할 땐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발라주는 게 바람직하다.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 물놀이할 땐 자외선 차단제가 물에 더 쉽게 씻겨 나간다. 내수성 제품을 2시간마다 덧발라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유지된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만큼 해수욕 후엔 젖은 몸을 빨리 닦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바닷물 속의 염분이 피부 보호막을 손상해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워 후 피부 진정을 위해선 알로에 젤이나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이 도움된다.

워터파크
잔류 염소에 눈·피부 손상
워터파크 역시 각종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장소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이용객이 몰려 수질이 빨리 나빠질 수밖에 없다. 워터파크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결합 잔류 염소다. 이는 일종의 휘발성 독성 물질이다. 워터파크나 실내수영장에선 수질 관리를 위해 염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염소가 사람의 소변이나 땀과 섞이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결합 잔류 염소가 생성된다. 이러한 결합 잔류 염소는 피부 보호막을 손상해 사람의 눈과 피부를 직접 자극한다. 워터파크를 다녀온 후 접촉성 피부염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다. 물 교체 주기가 길고 이용객이 많을수록 결합 잔류 염소 수치는 높아진다. 워터파크 내에서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강하다면 결합 잔류 염소가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겼다면 즉시 흐르는 물로 샤워해 몸에 남아 있는 결합 잔류 염소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워터파크에서는 물만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다. 미끄러운 바닥과 물에 젖은 놀이기구도 빙판길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주의하면서 뛰어다닐 경우 크게 넘어져 다칠 수 있다. 특히 맨몸으로 즐기는 워터 슬라이스는 염좌나 골절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땐 작은 충격이 가해져도 손상을 입기 쉬워진다. 따라서 워터 슬라이스를 이용할 땐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올바른 자세를 숙지해야 한다. 놀이기구를 타기 전엔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Tip

건강하게 물놀이 즐기려면

● 물놀이 전 스트레칭으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한다.
●  물놀이 전 심장에서 먼 곳부터 물을 적신다.
(다리→팔→얼굴→가슴 순으로)
● 식사한 후 바로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 물놀이하면서 사탕이나 껌 등을 씹지 않는다.
● 물살이 세거나 수심이 깊은 곳은 피한다.
● 미끄럼방지 아쿠아슈즈를 신는다.
● 물놀이할 땐 콘택트렌즈 대신 물안경을 쓴다.

물놀이 즐긴 뒤자주 걸리는 질환 


유행성 각결막염
결막이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눈병. 염증이 악화하는 과정에서 각막까지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충혈과 눈곱, 이물감, 눈부심, 눈꺼풀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손을 자주 씻어야 하며, 손으로 눈을 비비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외이도염
귀의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관이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 귀가 먹먹해지면서 통증과 가려움증, 청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면봉이나 손으로 무리하게 귓속의 물을 제거할 경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물기가 빠지도록 드라이어의 찬 바람으로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접촉성 피부염
외부 물질과 접촉해 생기는 피부염. 주로 홍반과 부종을 동반한 습진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 수질 관리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염소가 피부를 자극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물놀이 직후엔 즉시 몸을 깨끗이 씻어 결합 잔류 염소가 남지 않게 해야 한다.

도움말=박효진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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