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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로 넘어간 '상생금융'…이복현 “비올 때 우산 뺏기 안돼”

중앙일보

입력

은행에 이어 카드사에서도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앞서 올해 초부터 은행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영업점 방문에 맞춰 대출금리 인하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는데, 그 흐름이 제2금융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29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22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에도 우리은행을 통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대상 금융 지원을 은행권 최초로 시행했다. 우리은행이 발표 이후에야 다른 주요 은행도 전세 사기 피해 지원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당국과의 접점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금융이 먼저 ‘총대’를 메면 다른 금융사가 뒤따르는 양상이다.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카드업계에서 상생 금융 방안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 우리카드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우리카드는 금융 취약 대출자를 대상으로 연체 채권의 감면 비율을 20~60%에서 30~70%로 10%포인트 확대한다.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신규 고객에게는 대출금리를 기존보다 4%포인트 인하한 연 9.4% 고정금리(1000만원 한도)로 빌려준다. 또 기존의 대환대출 대비 금리를 절반으로 낮춘 ‘상생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영세·중소 소상공인은 사업 자금 용도로 기업카드를 쓸 때 이용대금의 1%를 할인 청구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카드 가맹점주에게는 상권 분석과 마케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장기적으로 취약계층의 금융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여력이 녹록지 않음에도 의미 있는 상생 금융 방안을 마련해준 우리카드에 감사하다”며 “이런 노력이 금융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소상공인은 코로나19부터 시작된 경기 부진이 지속돼 필요한 대출을 새로 받기도, 기존의 대출을 갚아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회사가 ‘비 올 때 우산 뺏기’보다는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 경감과 재기 도모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최근 제2금융권이 연체율 상승으로 인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합리적인 여신 심사를 통해 서민에 대한 자금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도 충실이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카드사는 순이익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제2금융권에선 이전까지 1금융권이 했던 것처럼 상생 금융 방안을 줄이어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신용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로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카드사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상생 금융에 대해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은행권이 내놓았던 지원책처럼 턱 하니 내놓기는 쉽지 않다”며 “카드사 신용판매(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조달 금리가 오르는데도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를 더 올려받기 어려운 구조이고, 삼성페이 수수료 문제 등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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