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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쌓이는데 호가 2억 뛰었다...'혼돈'의 아파트 매매시장,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77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인 3월29일 기준 6만1084건보다 10.8%(6616건), 다섯달 전인 1월28일 기준 5만1238건보다 32.1%(1만6462건) 늘어난 수치다. 경기와 인천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날 기준 경기 아파트 매물은 12만2352건인데, 이는 5개월 전 10만3713건보다 18%(1만8639건) 증가했다. 인천도 5개월 전보다 매물이 17.7%(2만2923→2만9342건) 늘었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쌓이면 집값이 하향 안정화하기 마련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매도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상황은 이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나온 급매물이 사실상 소진되면서 매도 호가는 오른다.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경우 일부 저층, 전세 낀 물건 등을 제외하면 최저 호가가 19억원 이상에 형성돼 있다. 지난 10일 20억원(15층), 17일 20억3000만원(8층)에 잇달아 거래가 이뤄진 탓이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은 올 초만 해도 16억~17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반년 새 3억원 이상 가격이 반등한 것이다.

4932가구 규모의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역시 지난 9일 17억원(33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일부 매물이 15억원대에도 나와 있지만, 올 초 해당 면적 최저 호가가 12억원대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반등세라고 볼 수 있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대출이자, 역전세 등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이미 가격을 크게 낮춰 집을 팔았다”며 “이제 매도를 고민하는 집주인 가운데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의 공인중개사 역시 “인기가 없는 저층이나 전세를 낀 매물을 제외하고 3~4개월 전보다 호가가 1억~2억원은 뛰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나온다면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보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2073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하락 응답이 35%로 직전 조사(65%)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적정 가격에 대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분간 거래량이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가격도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는 보합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 초부터 지속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는 일단 멈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3월 2983건, 4월 3190건에서 5월 3373건으로 계속 늘었다. 6월의 경우 이날까지 1833건이 거래됐는데, 아직 신고 기간이 한 달여 남아있지만 5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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