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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 8378번 조작해 23억 편취…보험사기 가담 342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충남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충남경찰청 전경. 중앙포토

진료기록을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충남 천안지역 병원 3곳의 의료인과 가짜 환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충남경찰청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천안지역 여성병원 3곳의 의사 3명, 간호사 20명, 보험설계사 4명과 가짜 환자 등 모두 342명을 검거하고 주도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한 여성병원 상담실장 A(49)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와 또 다른 병원 상담실장 B(57)씨는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8378차례에 걸쳐 진료기록을 조작해 보험사 14곳으로부터 23억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부관리 등 실손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시술을 받는 환자들의 진료내용을 도수치료, 레이저 시술, 발톱무좀 등의 진단명으로 바꾸는 식이었다.

과거 같은 병원에서 근무해 친분이 있는 이들은 병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족이 서로의 병원에서 진료받은 것처럼 진료비영수증을 허위로 조작하고, 공무원인 자녀들의 병가 목적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자궁근종레이저시술(하이푸)을 받고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700만∼1000만원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4명과 모의해 가짜 환자 98명을 모집하기도 했다. "보험금 수익의 40%를 주겠다"고 이들을 꼬드긴 것이다.

이후 의사도 모르게 병원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해 자궁근종 진단서와 시술 기록 등을 작성하고 진료비영수증 조작했다. 보험금 대리 청구로 타낸 7억원가량을 환자·보험설계사 등과 나눠 가졌다.

병원 3곳의 의료진들은 진료기록과 진료비영수증 조작 사실을 상당 부분 알면서도 병원 매출 등을 위해 이런 범행을 묵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병원 의사는 병원 직원들이 교대로 진료를 받은 것처럼 조작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7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또 2020년부터 1년 사이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산모 10여명에게 임신중절수술을 해준 뒤 허위 사산 증명서를 발급해 태아 사체 처리업자에게 맡긴 정황도 드러나 경찰이 별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민·공영보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악성 범죄로 보고 엄정 대응하겠다"며 "병원 관계자나 보험설계사의 제안에 동조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면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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