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자연보전에 돈을 투자하면 경제적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생태계 서비스라는 형태로 자연은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과 퍼듀대학, 캐나다 빅토리아대학, 세계은행 등의 연구팀은 글로벌 경제 모델을 생태계 서비스 모델과 결합, 생태계 서비스의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개도국 자연보호에 투자하는 여러 가지 정책 옵션을 시행할 경우 2030년 기준으로 연간 1000억~3500억 달러(2014년 미국 달러 기준, 130조~455조 원)의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했다.
두 가지 모델을 통합해 사용
연구팀은 자연보전, 환경보호가 경제적 비용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존 평가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투자의 장기적 이점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분석 틀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경제모델(글로벌 일반 균형 경제 모델인 GTAP, 퍼듀대학 개발)과 생태계 서비스 모델(InVEST,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개발)을 통합한 GTAP-InVEST 모델을 사용했다.
GTAP와 InVEST는 두 가지 모두 전 세계 정부·비정부기구·민간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 두 가지 모델을 통합하는 작업이었다.
이 통합 모델은 거시 경제 조건과 정부 정책이 생태계 서비스 제공을 결정하는 지역 환경 조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생태계 서비스의 변화가 다시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무역, 기타 거시 경제적 산출물을 결정하는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팀은 5가지 정책 옵션을 가정하고, 이들을 시행했을 때 4가지 생태계 서비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했다.
5가지 정책 옵션은 ▶농업 보조금을 없애고 토지 소유자에게 일시금 지급 ▶농업보조금 대신 농업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 ▶글로벌 생태계 서비스 지불 제도(payments for ecosystem services,PES)에 따른 고소득 국가에서 저소득 국가로의 국제 이전 ▶국가 수준의 생태계 지불제도 ▶농업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글로벌 생태계 지불제도의 '결합 정책' 등이다.
또 분석한 4가지 생태계 서비스는 ▶야생 꽃가루받이 매개자에 의한 농작물 수분 ▶산림의 목재 공급 ▶해양 어업의 식량 공급 ▶탄소 격리 등이다.
연구팀은 먼저 정책 변화 없이 기존 관행(Business-as-usual, BAU)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생태계 서비스 영향을 고려할 경우 연간 국내 총생산(GDP)가 2030년 기준으로 750억 달러가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경 훼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리는 손실이 이 정도라는 얘기다.
특히, 이런 손실은 고소득 국가보다는 저소득 국가에 집중되고,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저소득 국가의 지역 복지 손실률이 고소득 국가보다 거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GDP 1000억~3500억 달러 늘어
이에 비해 자연에 투자하는 5가지 정책 옵션의 시행 효과를 분석한 결과, 5가지 모두 글로벌 GDP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생태계 지불 제도를 시행할 경우 2030년 1000억 달러, 농업 연구개발 투자 확대는 2030년 연간 거의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이익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탄소 격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인 최대 1500억 달러를 더한다면, '결합 정책' 시나리오의 경우 2030년 3500억 달러의 GDP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광범위한 토지 이용 변화와 생태계 서비스의 급격한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부분적 생태계 붕괴' 시나리오도 분석했다.
야생 꽃가루받이 매개자의 농작물 수분 능력이 90% 감소하고, 해양 어업의 총 어획 바이오매스가 90% 감소한다고 했을 때는 GDP 손실이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자연 자본이 많이 감소할 때 치명적인 경제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때의 경제적 피해도 저소득 국가에서 가장 심각했다.
실제 투자 효과는 훨씬 커
연구팀은 "통합 GTAP–InVEST 모델을 적용한 결과, BAU 경로를 계속 유지할 경우 GDP가 줄고 자연 자본이 더 악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대신 자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BAU에 비해 GDP를 많이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 지속 가능성 척도를 개선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에 대한 투자는 저소득 국가의 지역 복지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자연이 경제 활동에 기여하는 많은 방식 가운데 대부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며 "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생태계 서비스까지 완전하게 설명하게 된다면 자연에 대한 투자의 추정 가치가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