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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신기술 안보의 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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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군집 드론이 비행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군집 드론이 비행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 오는 9월 드론작전사령부 출범 추진

병력 부족과 손실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국방부가 어제 드론작전사령부 설치와 임무 수행의 법적 근거를 담은 드론작전사령부령을 제정하고, 공포했다. 현재 각 부대에 분산돼 있는 드론을 합쳐 전력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해 적의 무인기에 대응하고 감시·정찰, 타격, 심리전, 전자기전을 수행토록 한다는 게 내용이다. 전장의 변화에 맞춰 한국군이 드론을 적극 활용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작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군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과 강화도에 나타났을 때 포획하는 데 실패했다. 등산객이 추락한 북한 무인기를 발견해 신고한 뒤에야 알아차리는 깜깜이 군대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은 여전했다. 시속 100㎞로 이동하는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해 긴급 발진하던 전투기마저 추락했고, 공격 헬기를 보내 기관총 사격을 했지만 허사였다. 북한의 조악한 저가(低價) 무인기에 수백억원짜리 전투기를 잃고, 헬기로 대응하는 고비용 저효율 작전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드론작전사령부가 출범할 경우 드론에 탑재한 그물이나 레이저로 북한의 무인기를 공격할 수 있고, 정찰 및 공격에 드론을 활용하는 등 첨단 군대로 탈바꿈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인공위성이나 값비싼 정찰기를 동원하지 않고도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은 실시간으로 적 전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눈’이 됐다. 미군은 2021년 10월 드론으로 시리아 북부의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 압둘 하미드 알마타르를 사살했다. 과거엔 특수부대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작전이었다. 이미 조그셔틀과 버튼으로 수천㎞ 밖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시대가 됐다. 일론 머스크의 저고도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는 향후 전장을 바꿀 게임체인저로도 평가받고 있다.

무인기뿐 아니라 무인 전투차량, 무인 잠수정을 실전에 적용하는 등 세계는 지금 무인(unmanned)무기 개발의 전쟁 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늦었지만 한국도 오는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한국은 인구 절벽으로 인해 2040년엔 병력이 현재의 반 토막으로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복무 기간을 두 배로 늘리지 않는다면 과학화를 통한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 이외에는 대책이 없다. 무인 전투 체계가 병력 손실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여러 전장에서 확인됐다. 한국의 우수한 IT기술을 군사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값비싼 외국 무기 도입을 위한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을 계기로 무인·AI 신기술을 전방위 군사 분야에 확대하는 전기로 삼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안보에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