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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선회가 소리내다

대통령 '킬러문항' 지적 맞다…부모찬스 막는 정시확대가 공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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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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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날 킬러문항 사례도 공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날 킬러문항 사례도 공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과 관련된 난이도와 변별력 논란, 학생·학부모 혼란 등이 이슈화되고 있다. 일부 비판이 있지만 최근 수능 출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와 교육부의 대처는 정당하다고 본다.

일단 최근 수능에서의 킬러문항 출제는 분명히 객관적인 사실이다. 수능에 난이도가 높은 문항도 필요하지만 그 난이도가 지나쳤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사회탐구 수능문제를 풀어본 결과 필자도 제한된 시간에 모두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사회문화 문제에 정답률 2.4%의 킬러문항이 있었다. 교육대학원 수업에서 다수 현직교사들에게 질문해도 본인들 역시 그렇다는 답변을 얻었다. 아마 현역 정치인들도 수능 사회탐구 문제에 만점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탐문제에 수학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시험 시작시간을 기다리며 문제집을 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시험 시작시간을 기다리며 문제집을 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킬러문항 없어도 수능 변별력 유지 가능   

이런 초고난도 킬러문항 출제는 학생들의 지나친 학습 부담,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 공교육에 대한 신뢰 약화 그리고 EBS 수능강좌 외 추가 사교육 수요 유발 등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따라서 킬러문항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없어도 수능의 변별력 유지는 가능해야 하고, 실제로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는 타당하고 당연하다. 대통령의 지시가 모의고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는 것도 정당하다. 모의고사는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도 하지만 출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현 시점에서 시정 요구가 조금 늦기는 했지만 여전히 필요하고 정당하다. 교육부의 킬러문항 관련 이행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수능 출제 논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교육계에서는 2028년도 새 대입 제도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을 통합하여 사실상 학종을 전면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하다. 그리고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수능전형 비율은 자율에 맡겨 정시 수능전형 역시 ‘대학 자율로’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수시를 철폐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등급, 학생부 평가와 기록, 면접 등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하여 ‘정성적(주관적)'으로 선발하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입학사정관제(현행 학종)를 확대했던 사람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 문구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 문구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수능 약화는 입시 불공정 부를 것

하지만 이런 방안은 사실상 수능을 무력화하고 수시 혹은 대입전형 전체를 학종(입학사정관제)으로 변질시키는 최악의 방안이다. 대통령 공약과는 아예 정반대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학종에서만이 아니라 이제는 모든 대입전형에서 ‘조국 사태’에서와 같이 공정과 상식은 또 파괴될 것이다. 그런 정책이 나오면 대부분의 대입 전형이 깜깜이, 불공정, 불평등 전형으로 전락하고 사교육비는 폭등할 것이다.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5년 동안 정시 비율이 감소하고 수시학생부전형 비율이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역시 크게 불어났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방안과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사교육을 확대하는 현행 학생부중심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수능 중심(정시)으로 개편하지 않거나, 학생의 학업성취와 성장 및 교육만족도와는 무관한 교원인사제도와 학교의 무책무성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은 실현이 어렵다.

정시 비중 50% 이상으로 하되 균형 선발 보완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공약집에는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확대하고 대입전형도 단순화’하겠다고 명백하게 서술되어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정시 비율은 전체적으로 21%, 서울 15개 대학은 42%다. 공정하고 변별력 있는 수능으로 모집하는 대입 정시 비율은 최소 50% 이상의 비율이 돼야 한다. 다만 공평성 제고를 위해 계층균형과 지역균형을 위한 방안이 보완·확대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윤 대통령이 공약한 ‘공정한 대입제도’가 공정과 사회 약자를 더 배려하는 공평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를 바란다. 나아가 공정한 대입제도를 위해선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와 적정 난이도를 넘어, 대통령 공약대로 수능전형 확대, 부모 찬스 차단 등으로 선발 불평등까지 개선하기를 학생·학부모·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사범학부 교수

※킬러문항 및 수능 논란과 관련해 김경범 서울대 교수의 다른 시각을 중앙일보〈소리내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