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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면서도 공격 또 공격…K리그 1위의 ‘골맛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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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울산 현대에 17년 만의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지도력을 입증한 홍명보 감독. 올 시즌에도 특유의 ‘원팀 정신’과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 ‘막공 축구’로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압도적 선두를 질주 중이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울산 현대에 17년 만의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지도력을 입증한 홍명보 감독. 올 시즌에도 특유의 ‘원팀 정신’과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 ‘막공 축구’로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압도적 선두를 질주 중이다. 송봉근 기자

“다 선수들 덕분이죠. 지난해 17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었어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승점으로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울산 동구의 프로축구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홍명보(54)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선 ‘승자의 여유’나 ‘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환점(19라운드)을 돈 올 시즌 K리그1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승점 47(15승2무2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4)에 승점 13이나 앞섰다. 울산은 지난 시즌 승점 76으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는데, 올 시즌은 전반기에 이미 지난해 얻어낸 승점의 60% 이상을 달성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승점 94까지 쌓을 수 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K리그1 역대 최다 승점으로 우승했던 2018년 전북 현대(당시 승점 86)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홍 감독은 “2위 팀에 이렇게 큰 격차로 앞선 채 후반기를 맞이할 줄은 예상 못 했다”면서도 “당장 지금은 좋아도 나중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시즌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 상승세의 비결은 ‘막공(막판·마지막 순간까지 공격)’이다. 지고 있든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든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공격하는 전술이다. 줄곧 준우승만 하던 울산을 부임 2년 차였던 지난해 우승으로 이끈 홍 감독은 “그동안 울산이 2인자였던 건 선수들의 실력이나 유명세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선수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원팀 정신’이 필요했다”면서 “올 시즌엔 선수 모두 ‘승리’만 보고 뛰자고 당부했다. 골을 많이 넣으면 이길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후반 추가시간까지 공격하자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울산은 올 시즌 선제골을 내주고도 역전한 경우가 전체 15승 중 30%에 해당하는 4경기다. 지고 있다가 비긴 경우도 2경기다. 지난해 총 57골을 넣은 울산은 현재 43골을 기록 중이다. 간판 공격수 주민규와 바코(조지아)는 나란히 10골을 터뜨려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홍명보는…

◦ 생년월일: 1969년 2월 12일(54세)
◦ 체격: 1m82㎝, 74㎏
◦ 소속팀: 울산 현대(감독)
◦ 별명: 영원한 리베로, 한국의 베켄바워
◦ 선수 이력: K리그 MVP(1992), 월드컵 4강·브론즈볼(2002), A매치 136경기(10골)
◦ 지도자 이력: K리그1 우승(2022), U-20 FIFA월드컵 8강(2009), 런던올림픽 동메달(2012)

울산 선수와 팬 사이에선 지고 있어도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홍 감독은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감독 입장에선 지고 있을 때 속이 탄다. 개인적으로는 역전승보다는 선제골을 넣고 이기는 게 더 좋다”며 웃었다.

홍 감독이 ‘막공’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주전과 후보의 경계가 없는 막강 전력의 울산이기에 가능하다. 울산은 김영권·조현우·엄원상·주민규 등 공·수 전 포지션에 걸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외국인 선수인 마틴 아담(헝가리), 다리얀 보야니치(스웨덴), 바코 등도 각각 자기 나라의 국가대표 출신이다. 스타 선수라도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홍 감독은 특유의 ‘존중 리더십’과 강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휘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후보 선수들에겐 ‘뛰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솔직히 말해준다. ‘다음에 기용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을 땐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현역 시절 일본과 미국에서 뛴 홍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겐 먼저 다가가 조언을 해준다. 타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고충을 잘 알기에 어떻게 해서든 적응을 돕겠다는 의도다.

홍 감독은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선수 전원에게 시키면서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선수단 전체 회의도 연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한다. 또 주전과 후보 선수의 구분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규율을 어기는 선수에겐 ‘호랑이 감독’으로 변한다. 그는 “누구나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표출하지 않는 것도 프로의 덕목이다. ‘원팀’을 깬 선수는 존중할 수 없다”며 “프로팀 감독은 우승 타이틀이 중요하다. 지난해 리그 우승을 했다면 올해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2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공격해 막판에 뒤집는 울산

◦ 2월 25일 1라운드 전북전 2-1 역전승(후반 20분 루빅손 결승골)
◦ 3월 12일 3라운드 서울전 2-1 역전승(후반 43분 이청용 결승골)
◦ 4월 30일 10라운드 광주전 2-1 역전승(후반 46분 주민규 결승골)
◦ 6월 6일 17라운드 수원FC전 3-1 역전승(후반 43분 주민규 결승골, 후반 48분 바코 쐐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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