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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건 주임검사 "투자계약증권 규제 넓혀 코인 시세조종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라·루나 폭락 사건의 주임검사가 “투자계약증권에 대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1팀장인 이승학(50·사법연수원 36기) 부부장검사는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주최 국정현안 대응 형사·법무정책 학술대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률이 통과·시행되기 전까지 법적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테라·루나 사건 주임검사인 이승학(오른쪽)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합수1팀장이 27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학술대회에 참석해 소개받고 있다. 하준호 기자

테라·루나 사건 주임검사인 이승학(오른쪽)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합수1팀장이 27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학술대회에 참석해 소개받고 있다. 하준호 기자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다른 사람과 사업에 함께 투자해 수익을 분배받기로 하는 약정을 담은 증권이란 뜻이다. 이 검사의 테라·루나 수사팀은 지난 4월 25일 루나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해, 국내 가상자산 관련 형사 사건 최초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등 관련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투자계약증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부정거래행위 금지 규정만 적용될 뿐,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행위 등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김남국 의원 수사 과정에서도 위믹스 등 코인의 증권성 여부와 상관없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검사는 “가상화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처음 하는 일이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증권성이 인정되더라도 최근 만연해 여러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유동성 공급 명목의 가상화폐 시세조종(MM·Market Making) 행위는 처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입법 과정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단 투자계약증권 규제 범위를 늘리는 자본시장법 개정부터 하는 게 단기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손영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도 “가상자산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유독 한국에서만 개인이 코인을 발행·유통하고, 상장할 때는 뒷돈을 준 뒤 코인 시세를 조작하곤, 2년을 못 가 상장폐지시켜 증거를 없애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당초 토론자로 참석한 이 검사는 주최 측의 요청으로 테라·루나 사건 개요와 루나 코인의 증권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 검사는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입법 과정을 보면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신종 증권에 대해서도 규율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테라·루나의 본질은 테라의 결제 수단화,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사업이고, 테라 사업자가 사업 결과 수익을 배분해 주는 구조라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더라도 루나는 증권성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테라폼랩스 측은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 검사는 “지금 가상화폐 거래 시장은 개인적인 법익을 침해하는 전통적인 사기죄 규정으로 포괄하기 어렵다”며 “그런데 증권성 인정도 엄격하게 해서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로도 처벌하지 못한다면 빈번한 코인 사기 사건에서 과연 선량한 투자자들을 보호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또 “재판 과정에서 여러 증거가 오가며 대법원까지 치열한 다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단순히 법리 외에 입법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건 첫 재판은 다음달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장성훈) 심리로 열린다.

테라·루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는 권 대표의 모습. 비예스티=연합뉴스

테라·루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는 권 대표의 모습. 비예스티=연합뉴스

이 검사는 지난해 금융·증권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도 취득한 금융·증권 범죄 수사 전문가다. 2020년부터 2년간 한국거래소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됐고, 이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부부장을 거쳐 합수부에 합류했다. 최근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 수사도 맡아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R투자자문사 대표 등 관련자 8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라 대표 등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여죄를 캐는 한편, 나머지 피의자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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