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스트 코로나’로 기지개 켜는 美 주택 시장...금리 인하 늦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주택에 "임대, 매매" 문구가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주택에 "임대, 매매" 문구가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폭락했던 집값이 올해 들어 상승세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6%대로 높은 수준인데도 집값이 ‘반짝 급락’에 그친 배경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030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선호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물가나 고용을 부추겨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9만6100달러(약 5억1500만원)로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존주택 매매 건수도 전월보다 0.2% 증가한 430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매매 건수는 20.4% 감소했다. 고금리 부담이 여전히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주택 거래는 미 전체 주택시장 거래량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가 신규주택 거래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매월 중순 발표되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HMI)도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상승했다. 6월에 55를 기록하면서 5월(50)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을 넘긴건데, 이는 지난해 7월(55) 이후 처음이다. HMI는 주택 건설업자들의 시장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50 이상이면 주택 판매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인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매 수요가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애덤 오지멕 경제혁신그룹(EI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택근무가 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가치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부모나 룸메이트와 함께 지낼 수도 있는 젊은이들의 독립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이처럼 수요는 늘었지만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1주택 소유자들은 고금리 때문에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을 구하는 게 부담스러워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상당수가 코로나 직후 대환대출 등을 통해 2~3%대 저금리로 갈아탔기 때문에 당장 주택을 처분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선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노동부가 물가를 산정할 때 주택가격을 포함하진 않지만, 집값 상승과 연동하는 임대료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연설에서 “모기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주택가격이 다시 올랐다는 건, 낮은 임대료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지났지만 모기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하반기 고용 시장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완만하게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향후 주택 경기 반등이 미국의 경기 둔화 압력을 줄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