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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나면 줄게"…SK하이닉스, 임금 4.5% 인상 '후불제' 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한파’로 업계가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대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으로 노사 간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SK하이닉스는 임금 인상을 약속하되, 흑자가 나면 인상분을 소급해서 지급하는 이른바 ‘후불제’ 방식의 새로운 임협에 합의했다.

27일 SK하이닉스는 전날 노사 간 임금 교섭에서 구성원의 임금을 총 4.5%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어려운 만큼, 인상분을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에 올 1월분부터 소급해 지급하기로 했다. 만일 올해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내지 못하면 올해는 인상분을 받지 못하고, 내년 흑자 시점에 받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5.5%+월 10만원(기준급 정액 인상) 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하강 국면과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임금 교섭 시작 1개월도 안 돼 잠정 합의를 했다”며 “구성원의 실리를 위한 노조의 전략적 판단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도 구성원의 자부심을 지켜야 하는 회사의 고민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4.1%(기본 2%+성과 2.1%)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금액의 증가율로, 실제로는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한 금액을 받게 된다.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9%(기본 5%+성과 4%)였다.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한 노조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공동교섭단은 최소 6% 이상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합의에 실패했고,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를 시도했지만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지난달 2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고, 노조 측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 측은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삼성전자에선 1969년 창사 이후 실제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선 업황 회복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1294억원,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 전망치는 2조776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2조1574억원, 4분기 1조595억원 등 영업적자를 이어가다가, 내년 1분기에야 4370억원의 흑자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치대로라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내년 1분기가 지난 뒤 올 1월부터 인상분을 소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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